[與, 정동기 자진사퇴 촉구] 與 "靑에 끌려다닐 수 없다"

여론 악화에 "최악 피하자"
소장파 이어 지도부까지 가세
한나라당 지도부가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모양새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데는 당내외 여론 악화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청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 후보자가 민간인 사찰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로펌으로부터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등 '전관예우'의 상징처럼 부각됨에 따라 부적격 의견이 급속히 확산됐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정부 인사 · 정책을 보다 냉철하고 치열하게 바로잡고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고,서병수 최고위원도 "전관예우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사회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모임인 '민본21'도 지난주 모임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오는 13일 회동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본21은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당청관계 재정립 의지도 이번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허물을 그냥 덮어두기보다는 확실한 선 긋기를 통해 당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조치가 레임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레임덕을 의식해서 해야 할 것은 안하고 안해야 할 것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청관계 재정립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안 대표가 당청 간 민감한 문제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잇단 설화로 위기에 몰린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