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필문 스테레오픽처스 회장 "할리우드 영화·애니 '3D 변환' 우리가 맡죠"

'서울 국제 3D페어' 강연
"최근 애니메이션 신작을 3D(입체)로 컨버팅(변환)한 것을 보고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가 극찬하더군요. '환상적이다. 감독과 제작자가 매우 행복해한다'고 말이죠.다음 달 1일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공개하겠습니다. "

한국의 대표적인 3D컨버팅업체 스테레오픽처스의 성필문 회장(47 · 사진)은 13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개막되는 '서울 국제 3D페어'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3D 카메라 촬영보다 3D 컨버팅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영화뿐 아니라 방송 분야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3D페어 행사의 일환으로 15일 '아바타 이후 한국 3D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지난해 첫 3D 변환작품으로 할리우드 실사영화 '캣츠&독스'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 애니메이션을 3D로 컨버팅한 세계 최초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번 변환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디즈니와 드림웍스는 3D 애니메이션을 컴퓨터 기술만으로 제작했습니다. 동일한 장면을 좌우 시선으로 제작해 붙이는 방식이었죠.컨버팅 방식을 도입한 것은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올해 컨버팅할 할리우드영화 11편을 확정했고 내년과 다음 해 일감까지 확보했다"며 "스테레오픽처스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12편을 컨버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투자가 많아 매출 60억여원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매출 640억원,순이익 1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봅니다. 컨버팅 가격은 영상에 따라 1분에 1만달러에서 8만달러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싸지만 블록버스터들은 비싸죠.컴퓨터그래픽(CG)과 실사영상이 섞여 있어 변환 작업이 어렵거든요. "

스테레오픽처스의 정규 직원은 460명.지난해 봄 600명까지 늘었지만 작업장이 지방(충남 천안)에 있다 보니 자연 감소 인력이 생겼다.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생산성이 세 배 정도 올랐기 때문이죠.자체 3D 툴을 업그레이드했고 교육을 강화한 덕분이죠.일감이 쌓여 고용을 늘릴 겁니다. 올해 500명 정도 더 뽑고 수년 내 3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미국법인을 운영 중인 그는 이달 유럽법인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3D 변환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는 3D 산업에 대해 두 가지 오해가 있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3D 카메라로 찍기 시작하면 컨버팅 수요는 사라질 것이며,3D 기술이 단순해 중국과 인도가 금세 추격해올 것이라는 비관론이었다.

"3D 카메라로 뛰어난 영상을 촬영하려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입증됐지요. 할리우드에서는 올해부터 기존 영화들을 컨버팅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3D 컨버팅 수요가 엄청나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제대로 된 컨버팅 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 일감을 수주하는 인도 3D 회사들은 대부분 미국 업체의 자회사입니다. 15년간 축적된 저희 기술을 중국과 인도가 따라오려면 적어도 3~4년은 걸립니다. "명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5년 컨버팅 사업에 뛰어들었고 2년 후 3D 툴을 개발했다.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주한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의 3D 홍보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이 없어 고전하다 지난해부터 할리우드 영화들을 대거 수주해 컨버팅하면서 '3D 스타'로 떠올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