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떡맛 재현해 '한류음식' 키우고싶어"

'즉석 떡찜기' 개발한 임철한 예다손 사장
'쫄깃한 질감이 살아 있는 '막 쪄낸 떡'을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광주광역시의 대표적 떡집인 '창억떡집'을 경영하는 임철한 예다손 사장(41)이 지난 20여년간 꿈꿔왔던 희망사항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할머니가 세우고 어머니가 키워온 떡집에서 일하면서 떡 개발이란 한우물을 파왔다. 떡반죽에 냄새가 배인다며 15년 전 담배를 끊었고 떡기계를 개발하던 중 새끼손가락이 잘려나갔어도 연구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떡과 관련,특허와 실용신안을 각각 15건 획득했다.

어머니가 늘 강조했던 '좋은 재료 구매에 남보다 많은 돈을 써라' '제품에 정직과 혼을 담아라' '모두가 이익이 되는 길을 걸어라'는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 떡집의 명성을 유지해 왔지만 가슴 한쪽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떡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막 쪄냈을 때는 맛있지만 조금 지나면 식어버리고, 일단 만들어진 떡은 10여시간 지나면 굳어져 팔기 힘들다는 고민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그는 2008년 평생 숙제 해결에 도전했다. 1만 번 이상의 시험을 거쳐 팀원 4명과 함께 지난해 6월 '즉석 떡찜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름 7㎝,높이 12㎝ 크기의 원통형 떡찜기는 실리콘 용기 안에 스테인리스 찜통이 들어가 있다. 쌀가루와 고물 등 떡 재료를 반죽한 냉동반제품을 떡찜기에 넣은 뒤 전자레인지로 4~6분간 돌리면 완성떡으로 변신한다. 실리콘 용기 내부의 물이 끓으면서 뜨거운 수증기로 떡을 찌게 된다. 전통 떡 제조방식을 재현한 것이다. "매장의 '식은 떡'을 전자레인지로 데운다 해도 '갓 쪄낸 떡'맛을 따라올 순 없어요. 집에서도 즉석떡찜기를 이용,원할 때 맛있는 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죠."

첫 제품이 나오자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2009년 2월 창업한 떡 프랜차이즈 '예다손' 이름으로 지난해 말 모 홈쇼핑에서 떡찜기가 포함된 떡세트 판매에 나서 불과 30분 만에 준비한 27개들이 1만세트(1억2000만원)를 모두 팔아치우는 진기록을 세웠다. 홈쇼핑 측으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추가 판매 독촉을 받고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물건을 대지 못할 정도다. 그는 특허출원 중인 이 기술을 치즈설기 딸기설기 등 일부 제품에서 향후 80여개 전 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떡은 자극적이지 않고 거부감이 없어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겁니다. 김치 비빔밥 막걸리에 이어 이제 떡을 대표 한류음식으로 키워낼 작정입니다. "그는 각종 시식회를 통해 '갓 쪄낸 떡'이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떡 시장은 물론 해외 빵시장까지 공략하기로 했다. 떡 크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지름 5㎝ 정도로 소형화하고 모양도 외국인 눈에 익숙한 도넛 형태로 과감히 바꾸었다. 오는 6월 광주에 대규모 떡공장을 지어 양산체제를 구축한 뒤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떡은 곡물과 야채 등으로 만든 웰빙음식이죠.이번 기술이 본격 활용되면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떡 종류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세계 속에 '떡이 빵보다 낫다'는 인식을 꼭 심어나가겠습니다. "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