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혁 진두지휘 'CEO형 총장' 줄퇴진

박종구 아주대 총장대행 탈락
서정돈 성대 총장도 물러나
오영교 동국대 총장 연임 포기

학교 안팎 개혁 반발 컸던 듯

대학 개혁에 앞장섰던 'CEO(최고경영자)형 총장'들이 잇달아 물러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교직원 인사정책을 전면 개편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박종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53)이 이날 이사회의 총장 선임에서 탈락했다. 신임 총장으로 안재환 교수(60 · 화공신소재공학부)가 뽑혔다. 학부통합 등 대규모 학문 단위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68)도 개혁 목표를 완성하지 못한 채 18일 총장직을 김준영 교수(60 · 경제학과)에게 넘긴다. 또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등 가장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 오영교 동국대 총장(63)도 연임을 포기,내달 21일 총장직을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64)에게 넘길 예정이다.

이처럼 개혁 총장들이 오비이락 격으로 줄줄이 물러나자 대학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혁 총장과 이사회 간의 충돌론에서부터 교수들의 개혁반기설,비(非)모교 총장 거부론 등이다.

박 총장대행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으로 아주대 총장직무대행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부임 직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사정책 개편을 추진하며 개혁을 이끌었다. 그는 대학본부 행정 조직을 직무중심 행정체계로 재편하고 직원 개인별로 입사부터 퇴직까지 체계적인 경력개발이 가능하도록 '대학행정로드맵'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이날 박 총장대행의 탈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것이 학교 안팎의 시각이다. 그의 개혁 행보에 상당수 교수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것도 기업식 개혁에 거부감을 표시한 교수들의 반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성대를 이끌어온 서 총장은 8년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서 총장 역시 삼성그룹의 성대 재단 인수에 발맞춰 끊임없이 개혁을 이뤄왔다. 교수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교육과 연구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서 총장은 지난해까지 학부 통합 등 대규모 학문 단위 구조조정 내용을 담은 '비전 2020'을 추진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성대는 당초 지난해 8월 중 개최 예정이었던 비전 선포식을 연기하고 신임 총장에게 과제를 넘기는 등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문과대학 등 일부 단과대 교수 및 학생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성대는 당초 문과대 · 사회과학부 · 경제학부 · 자연과학부 등을 '문리과대학'으로 통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어국문학과 등 문과대 교수들은 "비전 2020이 대학 본질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시행 중지를 요구했다. 오 총장도 CEO형 총장으로 대학 개혁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국내 대학 중 처음 도입한 학기별 교수 강의평가 공개제와 실적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교수 성과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학과별 입시 경쟁률과 취업률 등을 따져 정원 조정에 연계시키는 학과평가제도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오 총장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비교적 일찌감치 연임포기 의사를 공개했다. 교내에선 "오 총장의 개혁에 이사진이 시시콜콜 반대했다"는 등의 말이 오갔다. 비(非)모교 총장 논란과 이사회의 개혁 제동 등도 연임포기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