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 "성장보다 물가가 걱정"…2월 금리 또 올리나

"물가 어려운 상황 처해" 토로…1월 물가 치솟을 가능성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연초부터 물가와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물가에 대해선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으나 19일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바꿨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작년 12월9일)→"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올 1월6일)→"물가안정의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겠다"(1월19일) 등으로 강도를 높였다.

◆1월 소비자물가 급등 우려김 총재가 "물가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토로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말 급등,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치솟았으며 생산자물가는 5.3% 뛰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 곡물 가격 등이 급등한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 "종전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엔 시차가 1~2주로 단축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1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올 들어 더 뛰고 있어 올 한 해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말 배럴당 88.8달러에서 18일엔 93.29달러로 치솟았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5%인데 더 높여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 폭이 다소 둔화하거나 하락해도 소비자물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에서 물가로 정책 선회

한은은 작년 말까지도 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물가불안이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되자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물가안정의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겠다"(김 총재)는 것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 연구위원은 "적정 성장률이란 물가안정이 가능한 성장률을 지칭하며 장기적으론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한은이 적정 성장률을 언급했다는 것은 올해 성장률로 정부의 5%나 한은의 4.5%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물가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면 성장률이 4% 안팎으로 낮아지더라도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이처럼 방향을 튼 것은 대부분의 신흥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르고,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할 태세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물가 안정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된다.

◆2월 금리 인상 가능성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높인 이후 3월께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김 총재가 물가에 대한 우려 수위를 높인 만큼 2월에도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분기마다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시장의 예측보다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인상 횟수도 기존 전망에 비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올해 중 기준금리가 3~4차례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제 4~5차례 인상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채권 금리는 김 총재의 물가불안 우려 발언 등의 여파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3%포인트 뛰어 연 3.79%,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포인트 올라 연 4.34%를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