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국 '혼돈'] 美 "질서 있는 전환 원한다"…'포스트 무바라크' 본격 검토

오바마, 주요국과 조율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신중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30일 ABC,CNN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방송을 총동원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 세계에 전달했다. 기존 입장보다 강하고 구체적인 어조였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터키 영국 수뇌부와 전화통화를 갖고 이집트 사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수습책으로 부통령과 총리를 임명한 조치에 대해 "충분치 않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은 정치 ·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로의 질서 있는 전환을 원한다"고 압박했다. 오는 9월 이집트에서 예정된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져 다음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이 그의 퇴진 정지작업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신중한 발언은 질서 있는 민주개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반미 정부가 이집트에 들어서지 않도록 유도하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이집트가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6개월,1년 정도밖에 지탱하지 못하고 군사독재로 귀결되는 민주주의나 지금의 이란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IAEA 사무총장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었으며 이집트 대통령이 되면 친미 외교노선에서 상당히 벗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NYT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이스라엘도 엘바라데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에 대한 경제 · 군사원조 중단 여부와 관련,"현재로선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이집트 원조 규모는 연간 20억달러에 달한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8일 압박 차원에서 원조 재검토를 시사하자 친미 이집트 정권의 붕괴를 우려한 이스라엘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정부 때 중동평화 협상에 참여했던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오바마 정부가 첫 외교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