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이집트 리스크·신흥국 인플레 '2대 악재'가 세계경제 흔든다

유가·상품값 급등…아시아 증시 급락
미국발 금융위기와 남유럽국 재정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새해 들어 이머징시장의 악재로 움찔거리고 있다. 1주일째 지속 중인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 확산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진 데다 이머징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투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31일 코스피지수는 38.14포인트(1.81%) 급락한 2069.73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도 122.42엔(1.18%) 하락한 1만237.92엔으로 마감했다. 이집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170억달러로 중동 국가 중 4위다. 그러나 석유 수송이 많은 수에즈운하를 갖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인접국으로 계속 번지면 자칫 국제 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석유가 하루 평균 100만배럴가량인 것으로 추정한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별도의 송유관을 통해 나르는 석유까지 포함하면 200만배럴에 달한다. 아부다비에 있는 석유연구소의 달톤 가리스 연구원은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2%이지만 수에즈를 통한 석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국제 유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에즈운하가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 석유 외에도 전반적인 해상 수송이 차질을 빚는다. 수에즈운하 통과 물동량은 세계 해상 수송의 8%를 차지한다. 이머징시장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이다. 경기가 뜨겁게 살아나는 데다 국제 상품가격이 상승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일부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을 벗어났다. 지난해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인도네시아의 12월 물가 상승률은 7%에 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채 94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외국 자본은 올 들어 국채를 내다팔기 시작했다.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13억달러어치를 매도했다.

최근 들어 이머징시장 주식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이유도 같은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이머징시장 지수는 2%가량 하락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