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폭 커지면 수출 증가율 하락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원 · 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 · 달러 환율 변동성(전일 대비 변동률)이 전기에 비해 1%포인트 높아지면 수출 증가율이 7.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31일 밝혔다. 한은은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월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환율 변동성이 3개월의 시차에 걸쳐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기업의 자금흐름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환율 변동성 증가폭이 1%포인트면 수입물가 상승률이 2.7%포인트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변동성이 확대되면 수입물가에 대한 환율 전가율이 확대(수입물가 상승폭 확대)되는 반면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엔 환율 전가율이 축소(수입물가 하락폭이 축소)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환율 제도가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바뀐 이후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1990~1997년엔 환율 변동성이 0.2%였으나 이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까지는 0.4%,그 이후엔 0.6%로 높아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엔 주요국(G20 국가 및 아시아 5개국) 가운데 호주 브라질 남아공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진 원인으로 자본 유출입의 자유화와 지정학적 위험 외에도 외환시장의 거래 기반이 취약한 점을 꼽았다. 외환거래가 지난 10년간 10배 늘었지만 시장조성자 없이 브로커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쏠림 현상이 여전하며,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많아 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지적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