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보면 장기투자 할 '종목' 보인다

우리투자證 PEF, 탑엔지니어링 지분 10% 매입
KTB투자證 PEF, 주성엔지니어링 CB 등에 300억
큐캐피탈 PEF, 한글과컴퓨터 지분 10% 사들여

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 육성 자금으로 조성된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최근 속속 투자에 나서고 있다. PEF는 보통 투자 기간이 2~3년 정도에 달하고,투자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개선시킨 뒤 차익을 실현한다. 장기투자자라면 PEF들이 투자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이 운용하는 PEF '코에프씨우리그로쓰챔프'는 탑엔지니어링 지분 10.2%를 약 124억원에 매입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탑엔지니어링은 경북 구미에 있는 반도체 · LCD(액정표시장치) 장비 제조업체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정보기술(IT) 장비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는 동안 탑엔지니어링은 5.88% 하락했다. 주요 납품처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수주가 크게 늘지 않은 데다,자회사 파워로직스의 실적 부진으로 지분법 평가손실만 34억원 정도 났기 때문이다.

남동규 우리투자증권 이사는 그러나 "몇개월에 걸친 실사작업 결과 LCD 장비 등 기존 사업 외에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LED(발광다이오드) 등 신규 장비 매출이 향후 크게 확대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될 것이란 점을 확인했다"며 "자회사인 파워로직스 역시 올해부터 흑자로 전환해 지분법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TB투자증권이 조성한 PEF '코에프씨KTB프런티어챔프'는 최근 KEC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주성엔지니어링의 전환사채(CB)에 각각 300억원을 투자했다. KEC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반도체 장비 회사지만 2006년에 단행한 12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최근 3년간 적자를 냈다. 한수재 KTB투자증권 PEF2본부 팀장은 "그동안 설비투자 때문에 매년 200억원가량의 감가상각비용이 발생했지만 올해부터는 30억원으로 떨어지는 데다,신규사업인 LED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주성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장비업체들은 경기변동에 따라 실적이 큰 폭으로 요동친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라며 "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반도체 사업에 태양광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큐캐피탈의 PEF '코에프씨케이씨프런티어챔프'는 지난달 말 256억원을 투자해 한글과컴퓨터 지분 10.7%를 셀런으로부터 사들였다. 이에 따라 큐캐피탈과 소프트포럼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한글과컴퓨터의 최대주주가 됐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매년 매출과 순이익이 꾸준히 늘었지만 대표이사의 횡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주가 변동폭이 컸다. 유평종 큐캐피탈 이사는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모바일오피스 '씽크프리'가 최근 갤럭시탭에 탑재됐다"며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성장 가능성이 현재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사모투자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소수의 기관과 '큰손'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모아 만든 사모펀드를 말한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매입(보통 10% 이상)하고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본시장법상 5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투자 비중 등에 제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