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한국화이바, 가족간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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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간 주식 관련 소송에, 장·차남 지분 경쟁 과열국내 섬유소재 분야 중견그룹인 한국화이바그룹에서 상속 ·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남인 조문수씨(53 · 한국카본 대표)가 아버지인 조용준 회장(87)을 상대로 한국화이바 주식과 관련한 소송을 냈고 조 회장은 장남을 형사 고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문수씨의 아내이자 맏며느리인 이명화씨는 문수씨 동생 가족의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사생활 정보를 캐다 기소됐다.
시동생ㆍ동서 사생활 캐던 맏며느리 검찰에 적발
◆부자간 소송7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장남인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는 지난해 조 회장을 상대로 한국화이바 주식확인 소송을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 법원에 제기했다. 조 회장의 승인없이 문수씨가 자신의 아들에게 지분을 주자 조 회장이 무효소송을 냈고 문수씨는 맞소송을 낸 것.부자 관계가 악화하자 조 회장은 문수씨에게 줬던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한국카본,에이치엠 경영권 중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경영권을 거둬들였다. 두 회사의 경영권이 차남인 계찬씨에게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부자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조 회장은 아내 김순봉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문수씨를 비롯해 장녀 정미씨(한국카본 전무),차녀 정인씨,차남인 계찬씨(한국화이바 사장)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07년 말 한국화이바 지분은 조 회장이 22.15%,문수씨는 24.88%,문수씨의 아들(손자) 연호씨가 각각 11.92%였다. 조 회장의 차남 계찬씨는 23.13%였다. 2008년 말 이후에는 계찬씨(23.85%)와 그의 아들 민우씨(9.37%)가 33.22%로 지분을 늘려 37.23%인 문수씨 측을 바짝 뒤쫓았다. 한국신소재도 문수씨가 2009년 말 55.5%,계찬씨가 44.5%였다가 지난해 말에는 계찬씨가 45%로 지분을 늘렸다.
◆맏며느리의 범법설상가상으로 남편이 회장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그룹 승계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한 문수씨의 부인 이명화씨는 최근 남편의 경쟁자인 계찬씨 등을 견제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질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이씨를 정보통신망 침해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조 회장의 둘째 사위인 이모씨와 둘째 계찬씨의 아내인 박모씨 각각의 불륜 관계를 캐내 조 회장에게 알려 신임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의뢰해 이씨와 박씨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토록 했다.
이씨는 또 서울 연희동 모 은행 지점에서 이곳 직원인 원모씨로부터 정인씨,계찬씨,사위 이씨,박씨,조 회장,조 회장의 처 등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해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이씨의 범행은 이를 눈치챈 조 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고소해 드러났다. 조 회장은 아들인 문수씨까지 함께 고소했으나 문수씨는 수사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됐다. 한국화이바 그룹은 조 회장이 1972년 한국화이바와 한국카본,한국신소재 3개사를 경남 밀양에 설립한 후 에이치엠 등 2개사를 추가로 설립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국군이 착용했던 '철모'를 1970년대 들어 대체한 복합섬유 소재인 '파이버(fiber · 방탄헬멧)'를 생산하기도 했다.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월드는 한국화이바그룹은 조 회장이 경영하고 있고,상장회사인 한국카본과 에이치엠은 문수씨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5개 회사의 매출은 2009년 기준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부산=김태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