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가정집 우유배달 차질…커피전문점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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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우유대란' 오나"1월30일 회사 목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제품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2월7일부터 기존 우유와 동일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 상품을 공급해 드리오니 양해 바랍니다. "
일부 대리점 계약업체 바꾸고 대형마트 납품 일시 중단도
스타벅스 "우유가격 협상 중"…유업계 광고·신제품도 미뤄
서울 미아동에 사는 K씨(45)는 지난 7일 아침 우유를 가지러 현관 밖으로 나갔다가 이런 안내문을 받았다. 10개월간 마셨던 A우유 대신 B업체 우유가 안내문과 함께 현관 앞에 놓여 있었다. K씨는 "구제역 때문에 원유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하더니 가정집 우유 배달에도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점주 계약업체 바꿔
구제역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중소 유업체를 중심으로 원유 공급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일부 대리점 점주들은 아예 계약업체를 바꾸기도 했다.
프리미엄 우유를 생산 · 유통하는 A업체의 목장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올해 초.경기도 이천에 있는 목장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젖소를 모두 살처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1월31일 안성에 있는 목장에서도 구제역 양성판정이 떨어진 것.소유하고 있는 3개 목장 중 제일 큰 규모의 목장에서 우유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대리점에 우유 공급이 중단되자 일부 대리점 사장들은 아예 계약업체를 바꿨다. 이달부터 A사와 계약을 중단하고 제주산 우유업체와 계약,제품을 유통하기로 한 L씨는 "본사의 제품 공급이 불안정해 A우유업체 대리점을 그만두고 B업체와 계약했다"고 말했다.
A업체 측은 "구제역 발생으로 원유 생산량이 예전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매출 손실뿐 아니라 소비자 이탈,신규 마케팅 비용 증가,회사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원유수급 불안정 문제는 주로 중소 우유업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기농 우유 라인을 운영하는 P업체도 지난해 말 한 주 동안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유기농 원유를 공급받던 3개 목장 중 하나인 강원도 범선목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탓이었다. 다행히 다른 유기농 목장과 바로 계약을 맺어 큰 문제는 없었지만,일시적이나마 가정집에는 다른 우유를 무상으로 배달해 주고 대형마트엔 납품을 중단해야 했다. ◆커피전문점에도 불똥 튀나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대형 업체들은 아직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2100개 목장에서 젖소 14만여마리를 키우는 서울우유 관계자는 "구제역 여파로 2만여마리를 살처분했지만 전체 생산량이 많은 데다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은 시기여서 수급은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대부분의 목장이 충남에 있어 직격탄은 피해갔다.
문제는 오는 3월 개학 이후 우유 급식이 재개되고,5월 성수기를 맞으면 원유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우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일부 우유업체들은 커피 전문점에 원가 수준으로 공급해왔던 원유 가격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우유공급업체로부터 얼마 전 가격인상 요청이 들어와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업계는 올해 우유 신제품 출시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매년 한 가지씩 신제품을 내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기존 제품의 물량을 대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TV와 라디오에선 우유광고가 사라졌다. 서울우유는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한 광고를 1월 말로 끝냈다. 남양유업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광고를 중단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피겨요정' 김연아를 모델로 한 광고를 지난해 8월 종료했다"며 "김연아와 재계약은 했지만 아직 광고 방영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