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래소 통합 열풍…한국은 '구경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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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독일거래소 합병 타결…비용절감·新금융 서비스 유리주요 국가의 증권거래소들 간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통한 시장 확대와 비용 절감이 주된 목적이다. 뉴욕거래소(NYSE)와 독일거래소는 15일 합병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동남아 4國도 공동플랫폼 합의
한국은 상장 안돼 지분제휴 '발목'
반면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선진시장을 지향하면서도 글로벌 거래소 간 합종연횡에 방관자에 가까운 입장이란 지적이다. 지난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모기업인 NYSE 유로넥스트와 독일증권거래소 운영업체인 도이체 뵈르세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그동안 벌여온 합병 협상에 합의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 17조7540억달러의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가 탄생하게 됐다.
도이체 뵈르세가 합병 회사의 지분 60%를 보유,경영권을 갖게 되며 레토 프란치오니 도이체 뵈르세 최고경영자(CEO)가 합병회사의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NYSE 유로넥스트의 던컨 니더라우어 CEO는 합병회사의 CEO를 맡게 된다.
런던증권거래소(LSE)와 캐나다 증권거래소 TMX그룹도 지난 8일 합병에 합의했다. 두 거래소를 더하면 상장회사가 6700사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작년 10월엔 싱가포르거래소가 호주거래소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세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시장이 합치면 시총 세계 7위,아시아 4위로 부상한다.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짝짓기에 나서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대국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시켜 교차 상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해외 주요 거래소와 양해각서(MOU) 수준의 제휴에 그치고 있다. 2005년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증권과 선물,코스닥 부문을 통합했지만 국경을 넘는 시도는 아직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수 · 합병을 하려면 지분 제휴가 필요한 데 해외 주요 거래소와 달리 상장이 안돼 어렵다"며 "2003년부터 추진했던 상장작업이 공공기관 지정으로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거래소들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한 상황에서 외부여건만 탓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4개국 거래소는 공동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도 수년 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시아 지역에 한국형 거래시스템을 수출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한국거래소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 시스템 수출을 추진 중이지만 아시아권 통합 물살에 밀리면 '닭쫓던 개'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