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난 어떻길래] 3대세습 공식화 후 첫 김정일 생일…평양 한복판에 폭동진압 탱크부대

이집트 민주화 시위 의식한 듯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9세 생일(16일)을 앞두고 평양 시내에는 폭동 진압을 위한 탱크부대가 실전 배치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지난해 3대 세습이 공식화된 이후 처음 맞는 김 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건강 악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고 김정은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생일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北 충성 경쟁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북한 전역의 기관 · 기업별로 지방 간부들이 각종 내부행사와 축하모임을 잇따라 열고 있다"며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해 일심단결하자는 내용과 함께 후계자 김정은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결의가 연일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간부들에게는 술과 고기가 적지 않게 나가겠지만 주민들에게는 차려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지역 · 기관별로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16일 당 간부 모임에서는 대를 이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나 결의가 낭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재일조선인예술단의 음악무용 종합공연 '매혹과 흠모'가 14일 평양대극장에서 개막됐고,11일부터 백두산 기슭인 삼지연군에서는 얼음조각축전이 열리고 있다. 16일에는 백두산상 국제피겨축전도 예정돼 있다.

심각한 전력난 속에서도 평양 거리에는 각종 네온사인과 꼬마전구를 이용한 '불장식'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탈북자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현재 수많은 공공건물과 주택지구에 각종 등기구와 네온을 배합해서 불장식을 해놨는데 불장식에 율동을 줘 평양시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평양에는 만약의 사태 대비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최근까지 평양에서 살다 탈북한 김정미 씨(가명)의 말을 인용해 "평양 대동강구역 문흥고등중학교 뒤편에 호위사령부 소속 탱크 50여대가 있고 1개 대대급 부대가 있는데 특수기지로 지정돼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하고 탱크들도 모두 지하에 들어가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탱크는 밤에만 기동하는데 엔진 소리가 너무 요란해 그 일대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탱크부대 주둔지로 지목한 곳은 모두 김 위원장 일가의 저택과 우상화 시설이 모여 있는 평양 중심구역이다. 전문가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퇴진시킨 민주화 시위와 같은 폭동 사태에 대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평양시 방어가 목적이라면 평양방어사령부처럼 도시 외곽에 탱크를 배치해도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세습 빨라질 듯

멍젠주(孟建柱)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지난 14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혁명의 계승 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멍 부장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사실상 승인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3월 혹은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권력 승계 2단계로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선출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에 대대적인 축제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이후 김정은이 중국을 단독 방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