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말이 있었고 역사가 바뀌었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말,말 | 제임스 잉글리스 지음 | 강미경 옮김 | 작가정신 | 508쪽 | 2만5000원
"외교관이 '예'라고 말하면 '아마도'라는 뜻이고,'아마도'라고 말하면 '아니요'라는 뜻이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외교관은 외교관이 아니다. " 외교관이라는 단어를 정치인으로 대체하면 딱 들어맞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나폴레옹을 주군으로 모시던 프랑스의 외교관 샤를 드 탈레랑이 남긴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말,말》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세계사의 전환점이 됐던 52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만큼 큰 궤적을 남긴 명연설,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든 한마디 한마디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명연설 몇 장면."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연설로 미국인들의 손수건을 적신 마틴 루터 킹 목사,1944년 5월13일 "나는 피와 고생과 눈물과 땀 말고는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며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고통받는 영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던 윈스턴 처칠,"영어 단어 'crisis'를 중국어로 옮기면 '위기'가 됩니다. '위'는 위험을,'기'는 기회를 뜻합니다. 위기에서 우리는 기회를 보아야 합니다"라고 했던 존 F 케네디….

호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역사를 움직인 군주,혁명가,군인들을 집중 조명하면서도 정치와 종교,제국과 식민지,정복자와 피정복자 등 처지에 따라 대립하는 견해를 균형 있게 다뤘다. 책 곳곳에 곁들인 그림과 사진은 쉽게 접하기 힘든 것들이어서 역사적 현장으로 보다 가까이 안내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