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치킨게임'…2년 새 절반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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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출혈경쟁에 中까지 가세반도체에 이어 TV산업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 인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인치당 20달러에 육박했던 LCD TV 가격이 3년 뒤 12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세계 TV시장 2~4위 업체인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이 가격 하락 여파로 나란히 TV사업에서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삼성전자도 TV 부문은 소폭 흑자를 냈지만 가전사업을 포함한 디지털미디어 부문 전체는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TV 내수시장 1위인 샤프와 저가 제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던 일부 중국 업체마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40인치 LCD TV 가격의 경우 2008년 평균 1261달러에서 지난해 765달러로 급락했다. 이 수치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LED TV까지 포함하고 있어 LCD TV 가격이 2년 새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각 업체들은 작년 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TV를 최고 30%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2014년이면 LCD TV 가격이 인치당 12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40인치 LCD TV 가격이 2013년 548달러,2014년 486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TV제품 가격 하락과 무더기 적자는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과 양상이 비슷하다. 반도체 경쟁이 한국과 일본의 양강 구도에 대만이 가세하는 흐름인 데 비해 TV 쪽은 중국이 대만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출혈 경쟁 속에 중국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TV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기꺼이 추가로 돈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가격이 떨어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3D나 TV 애플리케이션 등은 유용하지만 고객들이 이 정도 기술에 많은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내에서는 TV사업 철수나 통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니코코디알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더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에 사업 통합이나 양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