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명의칼럼) 모발이식 거창한 수술 아니다…3~4시간이면 시술후 편히 귀가

인간의 탈모증 치료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5000년 전 고대 파피루스에는 탈모에 대한 피부과적 처방이 적혀 있다. 당시 페르시아나 그리스에서도 가발이 유행했다. 이후 역사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약초와 영양제,오일,로션,샴푸 등이 치료제로 등장했으나 효과가 미미하거나 충분치 않았다. 해마다 마케팅의 힘을 업고 새로운 탈모 개선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속설 중 지금도 세간의 관심을 얻어 시행되고 있는 게 검은콩이나 검은깨를 먹으면 발모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검은콩과 검은깨는 모발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노화예방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성분이 풍부하고 여성호르몬을 미량 함유해 남성호르몬 분비 억제를 통한 탈모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식품만으로 이미 진행 중인 남성형 탈모를 치료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두피를 뾰족한 빗으로 두드리면 발모가 된다고 믿는데 굵은 빗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빗거나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두피를 마사지 하는 것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뾰족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거나 긁으면 두피를 자극해 오히려 탈모 증상이 촉진될 수 있다.

또 머리를 지나치게 자주 또는 드물게 감거나 모자를 쓰고 다니면 탈모가 초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머리를 감는 횟수는 두피의 피지가 많으면 하루에 두 번,그렇지 않으면 하루에 한 번 감으면 된다. 모자 착용 여부는 탈모와 무관하다. 음식을 가려 먹거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안은 예방적 측면에서 시도해볼 만하나 이미 발생한 탈모 치료에는 큰 의미가 없다.

탈모 증상이 꾸준히 계속되고 모발이 가늘어지며 정수리나 앞 이마 쪽의 머리가 집중적으로 빠진다면 남성형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탈모로 생활요법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워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탈모의 진행 정도,성별,나이,두피상태 등을 반영해 초기에는 피나스테라이드나 두타스테라이드 등을 복용하고 미녹시딜 등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거나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면 자가모발이식시술로 개선할 수 있다. 탈모가 진행되더라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옆머리나 뒷머리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탈모가 진행되는 부위에 옮겨 심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시술하기 때문에 심는 부위의 머리카락의 색과 굵기,재질이 동일해 티가 나지 않으며 한번 이식된 모발은 반영구적인 게 장점이다. 흔히 수술하면 거창하고 어렵게만 받아들이지만 수술기법이 발전해 외래에서 3~4시간만 견디면 편하게 시술받고 귀가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다만 효과적인 모발이식 치료성적을 얻으려면 환자의 나이,치료 결과에 대한 기대 수준,현재의 탈모 상태 및 진행 양상,공여부(이식하기 위해 모발을 채취하는 부위)의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이마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발이식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게 좋다. 탈모의 진행이 빠르고 나이가 젊은 경우,탈모의 양상이 광범위한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간혹 모발이식을 하면 더 이상 탈모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성공적으로 모발이식을 받은 후에도 이식된 모발을 제외한 부분에서 계속적으로 탈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와 세심한 사후관리가 요구된다.

박동재 동안피부과 원장(서울 구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