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準전시' 상황…한국 건설업체 피해 확산

反정부 시위 트리폴리까지…230여명 사망
벵가지 공항·육로 폐쇄·한국 근로자 발묶여

리비아 반정부 시위 확산에 따라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이 폭도로 돌변한 주민들의 습격을 받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와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벵가지 지역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현지 진출 건설회사 근로자 1000여명은 안전지역으로 긴급 대피했지만 벵가지공항과 육로가 폐쇄되고 출국 때 필요한 비자를 받지 못해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트리폴리 서쪽으로 30㎞ 떨어진 ㈜신한 공사 현장에 20일 오후 11시께(현지시간) 500여명의 폭도화한 주민이 난입, 대치 과정에서 한국인 3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21일 발표했다. 외교부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파악했던 지역까지 치안상황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조대식 주 리비아 대사를 22일 중 리비아로 보내고 신속대응팀을 구성,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치안이 불안한 리비아 동부지역의 교민 철수를 위해 특별 항공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리비아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리비아 전역을 여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서 리비아 동북부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 지역에 있는 현대건설과 한미파슨스 현장에도 지난 20일 강도들이 침입, 차량과 컴퓨터 등을 빼앗아 갔고 한국인 직원들은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고 국토해양부가 전했다. 한편 지난 엿새 동안 동부 지역에 국한됐던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20일(현지시간) 트리폴리까지 확산됐다. 외신은 동부 일부 지역은 시위대가 장악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고 보도했다. 미국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에 따르면 정부군과 시위대의 유혈충돌로 사망자 수는 23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날 카다피의 최대 지지세력이었던 군 병력까지 시위대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2년 동안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군부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다면 정권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으면서 카다피 도피설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20일 베네수엘라로 극비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알 이슬람 카다피는 이날 국영TV 연설을 통해 도피설을 부인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리비아의 장기 외화채권과 국내통화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떨어뜨렸다.

박동휘/장진모/강경민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