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데이터 정액요금제로 'ARPU' 상승…콘텐츠 수익모델이 장기성장 성패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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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통신산업 전망
국내 통신산업은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이후 저성장 기조가 지속돼 왔다. 무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매출은 2003년 이후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선시장에서도 1위 기업인 KT의 매출이 2002년부터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주가 또한 지난 10년 동안 2006년과 2008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계속 시장 평균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2009년 말 스마트폰이 본격 도입되면서 통신산업에도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우선 음성통화시장에만 국한됐던 통신시장의 범주가 무선 인터넷의 영역으로 본격 확장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작년 말 14%에서 올 연말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얼리어답터들 위주로 사용자가 국한됐던 이른바 '선각 수용자 구간'을 지나 올해는 스마트폰 대중화 국면이 본격적으로 도래할 전망이다.
특히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부문의 매출 확대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저가형 스마트폰 출시가 늘어나면서 단말기 구매단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은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의 근거가 된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통신서비스의 범위를 기존 음성통화에서 무선인터넷으로 확장시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체되거나 감소돼 왔던 통신산업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통신사업자들의 무제한 데이터 정액요금제 도입은 스마트폰으로의 가입자 전환 유도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ARPU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의 소모적 마케팅 경쟁 국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유 · 무선 통신서비스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머물러 있는다면 출혈을 동반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기존의 보조금 등 가격경쟁에만 치우쳐 있던 경쟁구도의 초점도 네트워크 품질 및 속도 향상으로 바뀔 것으로 판단된다. 통신서비스 시장에서의 단순 가격경쟁 구도에 '품질'이라는 차별화 요인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산업 전반의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된다.
통신업계 전망과 관련해 염려되는 대목도 있다. 앞으로 4세대(4G)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등에 필요한 신규 네트워크 구축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돼야 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동통신 3사 모두 무선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LTE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춰 설비투자 규모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4G 네트워크 망에 대한 투자가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투자라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3G망 투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소비자들은 아직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가운데 투자가 집행됐고 상용화된 이후 영상통화 등 신규 서비스를 적극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반면 4G망에 대한 투자는 과거와 달리 무선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이며,이는 투자될 설비에 대한 투하자본수익률(ROIC) 확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의 기회를 통신사업자들이 어떻게 수익모델로 구체화시키느냐가 통신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성장의 기회와 더불어 무선 인터넷전화(m-VoIP) 활성화,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의 시장 진입 등 산업 내재적인 경쟁요인의 증가,물가 상승에 따른 통신요금 인하 압력 등 위협 요인 또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무선데이터 정액요금제 도입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효과가 예상되지만,장기간 추세적으로 ARPU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무선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경쟁격화에 따른 현재의 왜곡된 요금 구조로는 무선데이터 수요에 비례해 매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또 m-VoIP 서비스의 등장으로 통신사업자들의 주 수익원인 음성통화의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MVNO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기간 통신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전통적인 통신산업에서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네트워크 망에 대한 이용대가 이외에 모바일 콘텐츠의 개발 및 판매,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 부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시화될 때 장기적 관점에서 통신산업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지연 <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