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주앙' 32년 만에 연극으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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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프랑스 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작품 '동 주앙'(최용훈 연출)이 연극으로 돌아온다. 17세기 스페인 시에 처음 등장해 오페라나 뮤지컬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동 주앙'이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은 1979년 이진순 연출로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32년 만이다.
극중 배경은 지중해의 시칠리아 섬.아내 엘비르를 차버린 동 주앙은 두 여성을 상대로 애정 행각을 일삼는다. 복수에 나선 엘비르의 오빠들에 의해 추격당하던 동 주앙은 우연히 자신이 죽였던 기사의 석상과 직면하게 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동 주앙의 이미지는 희대의 바람둥이,욕정의 화신 등 호색한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호색한의 이미지를 넘어 인간 내면에 잠재하는 욕망의 심리적 원형을 상징하는 동 주앙으로 그려진다. 그의 바람기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인의 몸짓이다.
원작에서 프랑스 왕실과 귀족,종교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풍자의 맛도 고스란히 살려 현재 한국 기득권층을 향해 조롱의 화살을 날린다. 최용훈 연출가는 "원작에 담겼던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지금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살고 있다"면서 "즐겁게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면서 갑갑한 우리 세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되 동 주앙의 성격과 말투에 현대적 느낌을 덧입힌 것도 눈에 띈다. 동 주앙 역할은 뮤지컬계의 신예 김도현과 이율이 번갈아 맡는다. 김도현은 "스페인 원작은 비극성이 강한데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희극성이 강하다"며 "바람둥이로 희화화된 모습을 통해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초연 무대에서 동 주앙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배우 권성덕이 32년 만에 같은 역으로 무대에 돌아온 점도 주목된다. 3월10일부터 4월3일까지.명동예술극장.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