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우드·미켈슨도 집으로…톱랭커 줄줄이 수모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2R

양용은 16강·최경주는 탈락
데이, 마인드 게임으로 승리
볼에서 홀까지는 45㎝.일반적 퍼터(길이 34인치)의 절반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다. 매치플레이에서는 대부분 선수들이 그 거리에서 상대에게 '컨시드'(짧은 거리의 퍼트가 남았을 때 '1퍼트 홀아웃'을 용인하는 것)를 준다.

그러나 제이슨 데이(23 · 호주)는 달랐다. 월드골프챔피언십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리츠칼튼GC 13번홀 그린.데이의 상대 폴 케이시(잉글랜드)가 45㎝ 거리의 파퍼트를 남겼다. 그러나 데이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케이시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케이시는 파퍼트를 한 후 그린을 벗어났으나 화가 가시지 않았다. 그 홀까지 3홀 차로 앞서던 데이는 그런 케이시의 심리 상태를 역이용,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고 승세를 굳혔다. 4&2(두 홀 남기고 네 홀 차 승)로 승리한 데이는 "매치플레이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상대를 흐트러뜨려야 하는 게임"이라며 "그 홀보다는 다음 홀에서 케이시의 평정심을 흔들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데이의 전략에 대해 '마인드 게임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2009년과 2010년 연속 2위를 차지했던 케이시는 데이의 멘탈 게임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데이는 김경태와 맞붙었던 1라운드에서도 "16개 홀 내내 상대보다 앞서 걸었다"고 설명했다. 1 대 1로 승부를 겨루는 매치플레이에서는 걸음조차 상대에게 뒤처지면 안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회 2라운드(32강전)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세계 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를 비롯 5~7위 필 미켈슨,폴 케이시,로리 매킬로이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랭킹 '톱10' 중 3라운드에 진출한 선수는 마르틴 카이머(독일 · 2위),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 4위),루크 도널드(잉글랜드 · 9위) 세 명뿐이다. 1라운드를 통과한 두 명의 한국 선수 중에서는 양용은(39)이 16강에 오른 반면 최경주(41 · SK텔레콤)는 탈락했다.

양용은은 2009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를 맞아 4&3 완승을 거뒀다. 그 반면 최경주는 라이언 무어에게 5홀 차로 져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최경주는 그래도 9만5000달러(1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