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 살려야 더 많은 일자리…'행복한 경제' 가능"

'오래된 미래' 저자 노르베리 호지
"주민들의 인간적인 욕구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 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행복한 경제'를 만드는 길입니다. "

자신이 직접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을 촬영한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65 · 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호지 여사는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의 공동체가 외부 문화에 노출되며 정체성을 잃고 붕괴하는 과정을 담은 책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1991)'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5년간 전 세계를 돌며 환경과 공동체 문제를 다룬 '행복의 경제학'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이 '행복하지 않은 경제학'이라는 비판을 담고 있다.

그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서로의 인간적인 욕구에 맞춰 대응할 수 있으며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다국적 기업들보다 지역 기업들을 살리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농업의 경우 지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더 뛰어난 품질의 생산물을 키울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호지 여사는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글로벌 대기업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만 강력한 관료주의적 규제를 적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런 탓에 지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기금을 조성하고 지역 은행과 신용조합이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공동체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때로는 무역의 기회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호지 여사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고립 경제를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지역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