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축銀 대출한도부터 줄이길

무리한 자금운용이 부실의 근원…예금보장 낮춰 서민금융 유도를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가 진정되면서 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한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은 현재 우리 금융시스템의 뜨거운 감자다. 그대로 두면 부실이 확대되고,그렇다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면 전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저축은행 부실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과도한 부동산 사업대출(PF)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근본적 원인은 저축은행의 예금보장한도와 대출한도를 확대한 데 있다. 저축은행은 2001년부터 종전의 2000만원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의 예금보장을 받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 때문에 예금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렇게 모은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2006년부터 대출한도를 늘리고 대출 용도를 부동산 대출로 확대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하려고 하다 보니 위험한 부실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영역 또한 제한돼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 아래에 놓여 있다. 예금과 대출업무에 한정돼 외환 보험 증권 등의 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자기자본비율도 낮다. 자기자본이 많지 않고,부실화되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을 믿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이렇게 보면 저축은행의 부실은 구조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1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합병과 구조조정까지 시도했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은 반복되고 부실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영업정지 혹은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오일쇼크 때문에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자칫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시기적으로도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어 이런 조치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위기도 우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인 예금보장한도와 대출한도를 줄여 부실대출 확대를 막아야 한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이다. 시중은행보다 낮게 예금보장과 대출한도를 책정해 저축은행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예금보장한도를 갑자기 줄일 경우 예금인출 사태로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으므로 이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먼저 저축은행의 대출한도를 지금보다 줄이도록 해야 한다. 건전도가 낮은 저축은행에 대해 대출한도에 있어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을 높여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저축은행의 자본을 확충토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높은 예금보험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경영권 회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저축은행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감독 인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의 부실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축은행 정상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해법은 만만치 않다. 특히 지금은 오일쇼크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기도 어렵다. 금융위기는 대부분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다. 1997년 말 겪은 우리 외환위기도 당시 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록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전염성이 강한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 충격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에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저축은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법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