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농협 분리후 자본금 지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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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 법안심사 소위 상정1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이 3일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농협중앙회는 농협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유통 · 가공 · 판매)와 신용(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자본금과 조세 지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 "이번엔 반드시 통과"
野 "지원조건 구체화 돼야"
통과 안되면 지주사 출범 차질
◆당 · 정,개정안 통과 기대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3일 법안심사 소위에 농협 자본금을 경제사업에 우선 배정한다는 수정 조항을 제시할 것"이라고 1일 말했다. 현재 계류 중인 법 개정안에는 '우선'이 아닌 '적절히' 배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농협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사업을 더 중요시하겠다는 뜻으로 야당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야당 의견을 받아들여 경제사업 활성화에 관한 법 조문을 추가하기로 했다. '회원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 · 유통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농협법 6조2항을 신설키로 했다. '회원의 발전을 도모한다'(6조 1항)는 다소 모호한 의무를 구체화시키기로 한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이번에 야당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만큼 개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자본금 지원 구체화 요구
야당은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최인기 농식품위 위원장(민주당)은 "경제사업 활성화 조문 추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가 자본금 출연 등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져와야 통과에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자본금 문제다. 정부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금을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원 규모와 대상,방식 등은 법 개정 이후 자산실사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금액 등 좀 더 구체적인 지원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세특례 부분에서도 야당은 개편 이후 발생하는 세금에 대한 영구적 감면이나 최소 5년 이상 감면을 보장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특성상 이 같은 파격적 혜택을 명시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자본금과 조세특례 부분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며 "더 이상 양보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에 무산되면 지주 출범 차질
농협법이 이번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법에 명시된 내년 3월 지주회사 출범에 차질이 우려된다.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6월까지 농협의 자체 자본조달계획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실사 등에 최소 3개월의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다음 달에는 보궐 선거와 한 · 미,한 · 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농협 관계자는 "구제역 때문에 농민들이 큰 고충을 받고 있는 지금 농협 구조조정까지 기약 없이 지연돼서는 곤란하다"며 "이번에는 여야가 책임감을 갖고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