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리비아 內戰] 美, 당장은 군사작전보다 피난민 탈출 지원 주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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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 개입 여부 관심카다피가 거듭 퇴진을 거부하면서 미국이 언제,어떻게 리비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美 지상군 투입·공습 위해선 유엔·NATO 승인 필요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 유력
미군은 리비아 주변에 충분한 전력을 갖고 있다. 지중해 사령부가 위치한 이탈리아 나폴리와 스페인 로타에 함대기지를 두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미 해군은 지중해와 대서양 일부가 작전지역인 6함대의 함정 8척을 보유하고 있다. 남동쪽의 홍해와 아라비아해 수역에는 항공모함 2척을 운용 중이다. 항공모함에는 해병과 상륙함,헬기 등이 대기 중이다.
미군은 1986년 리비아에서 직접 군사작전을 전개한 적이 있다. 독일 베를린에 있던 미군 전용 디스코텍 폭파사건을 리비아 소행으로 판단하고 리비아를 폭격했다. 당시 카다피의 어린 양녀 등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렇다고 이번에는 섣불리 개입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군사 개입과 관련한 미국의 고민과 부담을 국방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미군이 개입하더라도 지상군 투입이나 공습 등 군사작전보다 식량과 의약품 수송,피난민 탈출을 돕는 인도적 지원 정도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군이 개입하면 리비아 내 자발적인 민중 봉기의 의미를 흐릴 수 있는데다 '석유 이권'을 겨냥했다고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다른 관계자들은 리비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군사작전 없이 주변에서 무력시위라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정부 시위대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리비아군이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임이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미국의 부담이다. 미국은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군사 개입에 앞서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조치는 미국 주도의 '리비아 상공 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보인다. 제네바의 유엔 인권위원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하나의 옵션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역시 미국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전례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결의했다. NATO 공군은 이 구역을 비행하는 세르비아 군용기를 격추한 사례가 있다. 다만 미군이나 NATO군 개입,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주요한 변수는 안보리 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안보리가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때 처음엔 반대했다. 그동안 카다피 정권에 가장 많은 무기를 팔아온 러시아가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엔 인권회의에서 비행금지구역이 논의됐는지 여부와 관련,"누구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