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發 금융 빅뱅] 농산물 직판사업 키워 본업인 '농업지원' 주력

'경제지주' 종잣돈 3조6000억
농협에서 농축산물 유통과 가공 판매 등의 업무를 맡게 되는 농협 경제지주는 내년 3월 출범한다. 농협에서 금융 사업인 '신용'부문을 떼어낸 것도 본연의 업무라 할 수 있는 농업지원 업무(경제사업)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농협 경제지주는 독립된 자본과 조직을 갖추고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실물 사업 투자와 지원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농협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인력과 재원을 경제지주 쪽에 대폭 할당할 방침이다. 현재 농협중앙회 인력의 76%가 신용사업에 배치되고 경제사업은 14%(나머지 10%는 교육지원)만 포진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바뀐다. 경제지주는 농축산물 유통시설 확충과 산지 조직화 촉진 등에 필요한 '종잣돈'을 충분히 확보하게 된다. 현재 경제부문의 자본금은 2700억여원에 불과하고,필요한 돈을 신용부문에서 차입하고 있지만 개정법이 발효되면 중앙회 자본금 12조원 가운데 30%인 3조6000억원을 경제지주가 우선 배정받게 된다. 농협 개편 이후 이뤄질 추가 지원도 경제지주가 먼저 받을 수 있다.

경제지주는 회원조합 지도 · 지원 중심에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직접 팔아주는 판매사업 중심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원예 · 양곡 · 축산판매본부가 설치돼 판매 유통 등을 책임지게 된다. 회원조합 입장에서는 농축산물 유통 사업의 위험과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조합출하액 가운데 중앙회 판매액이 31.1%(2009년 기준)에 불과했지만 경제지주가 출범하면 2013년 34.3%,2015년 56.7%,2020년 68.8%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협동조합적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중앙회의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가 개별 자회사를 관리하고 있어 농업인 교육 · 지도와 사업 기능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중앙회는 교육 · 지도를 전담하고,경제지주는 유통 · 가공 · 판매에 주력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와 농업인 단체 대표,학계 전문가 등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경제사업 활성화위원회가 만들어진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경제사업을 주력으로 하겠다는 방침이 농협법 조문에 명문화될 예정"이라며 "농협이 명실상부한 농업인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