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리스트' 유명인 돈 받을 땐 좋았는데…

연구기금 받은 英 LSE 총장 사임…스타들 공연사례비 기부 행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카다피와 친분이 깊은 인사들의 처지도 난처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런던정경대(LSE)의 하워드 데이비스 총장이 연구기금 문제로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4일 보도했다. LSE는 이 대학을 다녔던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이 운영하는 재단으로부터 2009년 연구기금 명목으로 150만파운드(27억2000만원)를 받았고 리비아 학생들의 유학을 위해 약 30만파운드(5억4500만원)를 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논문 표절 사실을 알고도 박사 학위를 준 사실까지 드러났다. 데이비스 총장은 이날 연구기금을 받은 결정에 대해 "화를 자초한 것"이라며 "과거 리비아 방문시 카다피 정권의 금융제도와 관련해 조언을 한 것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카다피와 교제한 인사들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2004년 대 리비아 경제제재 해제를 주도했고,퇴임 후에도 카다피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을 비난받고 있다. 카다피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앤드루 왕자에 대한 비판까지 나온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리비아에 식민지 지배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면서 공공연하게 '카다피의 친구'로 지목 받았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머라이어 캐리,어셔 등도 '카다피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이들은 카다피 앞에서 공연하고 받은 사례비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는 비욘세,머라이어 캐리,어셔,50센트 등이 카다피를 위해 개인공연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2006년 미국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한 지 20주년이 된 것을 추모하는 콘서트를 연 것으로 알려진 미국 가수 라이오넬 리치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