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가 뭐길래…숨어서 한 공청회

종교단체 의식 발언 비공개

"문 앞에서 떨어지십시오.회의장 안에서 나는 소리는 들으시면 안됩니다. "

"이렇게 가까이 오시면 문이 열릴 때마다 안의 상황이 다 보이지 않습니까. "

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선 의회경호과 경위들이 이례적으로 외부인들의 회의장 출입을 막고 있었다. 국회 출입증만 있으면 회의장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평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 채권법' 관련 '공청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명목상 '공청회'였지 모든 순서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이슬람 채권법 통과를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선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면서 이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발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다.

이슬람 채권법은 이슬람 채권,일명 수쿠크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이자소득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 발행 자금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한 후 그 이익을 배당 형태로 돌려준다. 현행 조특법상 외화표시채권의 이자소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중동 오일머니 유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는 이슬람 채권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조특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등 일부 여당과 야당 측은 △다른 채권들과의 형평성 문제 △이슬람 채권 발행으로 인해 국내자금이 테러 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공청회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찬성 측은 철저히 경제 논리로 이슬람채권법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최경환,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이슬람 채권법은 국내에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과의 형평성 문제,해외에서 이슬람채권에 부여하는 비과세 규모에 비해 우리 정부가 주려는 혜택 수준의 문제가 쟁점"이라며 "이런 형평성 문제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해결되면 사실상 이슬람채권 발행에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슬람교의 이자소득을 금지하는 종교적 문화는 존중하지만 특정 종교의 율법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을 오히려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신영/김우섭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