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봇투자 열풍…"스웨덴ㆍ日 따라잡겠다"

영상회의 '텔레프레전스' 등 서비스 부문 로봇에 특화
건강·물류·소비재 등에 활용…백악관까지 나서 투자 독려
미국 재계에서 '로봇' 열풍이 거세다. 로봇 산업 투자가 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로봇 활용이 잇따르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한 로봇 개발 노력도 이어진다.

스웨덴 ABB와 일본의 화낙 등이 주도하고 있는 전 세계 로봇시장에서 미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졌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7일 보도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 로봇 관련 벤처회사들에 대한 투자는 2000년에 비해 12억달러 늘었다. 피츠버그 소재의 애톤은 벤처캐피털 두 곳으로부터 투자받아 전미 병원 100여곳에 의료용 모바일 로봇을 공급하기로 했다. 레이저 스캐너,모션 센서,소프트웨어와 칩 등의 가격 하락은 로봇산업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특히 보스턴과 피츠버그,실리콘밸리 등 미국의 산업 클러스터(집적) 지역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로봇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종은 국방,우주,건강관리,사업용 물류,소비재 등 다양하다.

오는 21~24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로봇전시회에서도 로봇 강국인 독일과 일본,한국 등을 제치고 미국 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IT전문지 시넷은 전했다. 2013년엔 전 세계 주요 로봇기업 200개 중 상위 70개 업체가 미국 회사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서비스용 로봇에 공을 들인다. ABB와 화낙 등 기존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 환경에서 작업하지만 서비스용 로봇은 응용분야가 전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머스 카릴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국장은 "미 재계는 애플의 아이폰 사례처럼 제3의 개발자와 상생하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공급하는 무료 소프트웨어와 로봇업체 윌로가라지의 로봇용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서비스용 로봇은 점점 특화되는 양상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원격자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도와주는 텔레프레전스 로봇의 성장이 특히 돋보인다고 전했다.

며칠 출장을 보내는 것보다 이를 활용해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분위기다. 브이고커뮤니케이션이 개발한 텔레프레전스 로봇은 출시하자마자 매진됐다. 영화 '월E'의 주인공처럼 귀엽게 생긴 '애니봇츠 QB'는 주로 화상회의에 쓰이는데 1만5000달러(1676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다. 또 다른 모델 'PR2'는 두 팔이 달렸으며 쉬지 않고 138㎞를 달릴 정도로 힘이 좋다. 사람과 춤을 출 만큼 똑똑하며 가격은 40만달러(4억4700만원)다.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수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SNS에 로봇이라는 통신매체를 접목해 '로봇 미디어'를 만들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텔레프레전스로봇

telepresence robot.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가상현실을 구현해 주는 서비스형 로봇.기업에서 인터넷망을 통한 영상회의 등에 주로 이용된다. 미국 IT전문지 시넷은 미래엔 모든 원격 업무 회의가 텔레프레전스 로봇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