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시늉만] 산은, 업무조정 산 넘어 산…기은, 지분 매각 '장기과제'

저축銀 사태 등 현안에 밀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후순위'로 밀렸다. 시중은행들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이들 정책금융기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위기 극복에 큰 공을 세웠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저축은행 부실 처리 등 현안이 많아 공기업 민영화는 더욱 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와의 분리 작업을 완료했다. 산업은행의 지분 90.3%가 정책금융공사로 넘어갔다. 나머지 9.7%는 기획재정부가 직접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일반 시중은행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민영화 2단계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산은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라 2014년 5월까지 최초 지분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때까지 IPO 등을 비롯한 민영화 2단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 등 기능 중복이 적지 않은 다른 금융기관과의 업무조정 문제에 대한 검토도 해야 한다"며 "법에서 정한 시한이 남아 있고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시급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민영화 문제는 서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시장에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은행은 지분의 65.1%를 재정부가 갖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8.9%와 2.3%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배지분 51%를 제외한 나머지 소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지배지분 51%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민영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중소기업 대출 기능을 시중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가 제대로 받아줄 수 있는지 여부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