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치솟고 승객 감소…잘 나가던 항공업계 '난기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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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투자 함정' 빠지나지난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항공업계가 올 들어 난기류에 빠져 들고 있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항공사 실적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항공유 가격이 작년 초 대비 50% 이상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유값 급등에 비용 '눈덩이'
수익률 좋은 중동노선도 흔들
대형 항공기 잇단 도입 '베팅'
항공업계 안팎서 우려 목소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경영 환경이 이처럼 부정적으로 바뀌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과잉투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해외여행 올해도 많이 나갈까?
7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째 국제선 승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감소폭은 각각 1.5%,0.2%,1.7%로 크지 않지만,직전 1년간 매월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강 기류를 타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역시 작년 12월에 국제선 승객이 전년 동월 대비 3.5%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최근의 추세가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아니면 본격적인 하락의 시작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워낙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 여객 수요가 둔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역(逆)기저 효과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과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해외 여행을 미뤘던 소비자들이 지난해 그 수요를 대부분 해소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도 지난해처럼 해외 여행을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올해는 중동의 정정 불안,뉴질랜드 지진 등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도 속출하고 있다. 중동 노선은 비즈니스 승객이 많아 수익률이 좋은 노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민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평도 사태 당시 일본행 여객 수요가 대폭 줄었고,작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재가 유럽 항로를 뒤덮었을 당시 유럽 노선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최근 중동 정세의 영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가 2월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사들 대규모 투자계획 "어쩌나"이에 따라 항공업계의 과잉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만 해도 초고가 항공기인 A380을 5대 도입하기로 하는 등 올해에만 2조328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작년보다 33% 증가한 규모다.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지난달 초엔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1107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A380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대형 항공기 위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항공사들도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프로펠러 항공기를 전량 최신형 항공기로 교체하는 등 저가항공사들 역시 국제선 노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베팅'을 계획하고 있다.
항공사로선 불가피한 투자라는 얘기다. 문제는 여객 수요의 감소세에다 항공유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초 배럴당 87.95달러에 거래되던 항공유 가격은 이달 5일 132.60달러로 50.7% 상승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말 예상한 올해 항공유 가격은 평균 105달러 안팎으로 당초 예상치를 훨씬 벗어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가 200달러까지 치솟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최근 유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의 현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항공업체에 치명적인 악재"라며 "항공유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아시아나항공은 8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