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⑨-1]HR투자자문,6달만에 운용자산 5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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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문형랩 투자자들은 대형 투자자문사보다는 중소형사를 더 선호합니다.덩치가 너무 커지면 고객들이 자문형 랩에 원하는 발빠른 대응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최근 한 증권사 지점장은 "운용자산 규모가 5000억~8000억원 정도의 중형 자문사들로 갈아탄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HR투자자문은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중형 투자자문사 중 하나다. 작년 8월 1000억원에 불과하던 운용자산은 최근 5100억원대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업투자자 시절, 3년만에 16배 수익
채승배<사진> HR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삼성투신운용, 델타투자자문,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를 역임했다.2003년 말부터는 3년여간 전업투자자로 나서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유례 없는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800에서 2000선까지 치솟은 시기다. 이 기간 채 대표는 직접 투자로 무려 16배의 투자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는 "2007년 하반기쯤 인사이트 펀드 열기를 보고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후로는 주식보다 대안투자에 주력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이용한 곡물 투자로 3달만에 두 배의 수익을 올렸고, 금선물·원유선물 등에도 투자했다.투자에 자신감을 느낀 채 대표는 2008년 5월 HR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하지만 자문사를 설립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졌다. 7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는데 코스피 지수는 그 후로 1600선에서 900선까지 고꾸라졌다.
"그때가 참 힘들었죠. 지인들의 자금을 모아서 운용자산 100억원 정도로 시작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문 닫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채 대표는 코스피 지수가 900까지 떨어지자 승부수를 던졌다. 주가 낙폭이 과대하다고 판단하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은 끝에 갖고 있던 현금을 모조리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그 후 반등에 나섰고, HR투자자문도 한 달만에 원금을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기아차, 1만원대에 매수 "선입견 버려야"
HR투자자문이 증권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자문형 랩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부터이며, 운용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작년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다.
채 대표는 "1년 이상 운용한 펀드가 없어 작년 5월에야 처음으로 펀드평가사의 투자자문사 평가 리스트에 들어가게 됐다"며 "등장 초기부터 수익률 상위권에 오르면서 입소문이 나 수탁고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HR투자자문은 작년말 기준 1년 수익률이 35.52%로 전체 투자자문사 중 3위를 차지했다. 6개월 수익률도 26.65%에 달한다. 월별로도 2010년 한해 동안 7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플러스 수익을 기록해왔다.
채 대표는 "'스타'가 없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의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종목 선정은 철저하게 팀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한 사람의 스타 매니저에 의존해 운용할 경우 잘될 때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무너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팀 단위 운용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개인적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채 대표는 "매니저 개인보다는 팀 단위 운용에 중심을 두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간 것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문화가 유지되는 한 시장보다 우수한 수익률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개인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빠지면 옥석을 제대로 골라낼 수 없다는 게 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기아차를 들었다.
"제가 주식투자 경력이 20년이 넘는데, 저처럼 투자를 오래 해봤다 싶은 사람들에게 기아차는 항상 '뭔가 부족한 회사'라는 이미지밖에 없었습니다. 노조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재무제표도 부실한 회사, 외환위기 시절에는 법정관리까지 간 회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채 대표는 "선입견을 따르자면 기아차는 투자대상이 아니었지만, 운용본부에서 논의 끝에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나 성능, 디자인 등 핵심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HR투자자문은 1만2000원대에 기아차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아차는 6만원대 주가를 기록중이다.
채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업종을 적절히 분산함으로써 소수 종목이라도 시장으로부터 유리될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위험은 시장만큼 지면서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HR투자자문의 최근 1년간 베타(변동성)은 1.02로 코스피 지수의 베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 대비 두배에 달한다.그는 "업종별 비중을 시가총액 비중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가져간다"며 "대신 업종 내에서 가장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목표고, 통신이나 유틸리티처럼 아예 편입하지 않은 업종도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
최근 한 증권사 지점장은 "운용자산 규모가 5000억~8000억원 정도의 중형 자문사들로 갈아탄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HR투자자문은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중형 투자자문사 중 하나다. 작년 8월 1000억원에 불과하던 운용자산은 최근 5100억원대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업투자자 시절, 3년만에 16배 수익
채승배<사진> HR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삼성투신운용, 델타투자자문,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를 역임했다.2003년 말부터는 3년여간 전업투자자로 나서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유례 없는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800에서 2000선까지 치솟은 시기다. 이 기간 채 대표는 직접 투자로 무려 16배의 투자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는 "2007년 하반기쯤 인사이트 펀드 열기를 보고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후로는 주식보다 대안투자에 주력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이용한 곡물 투자로 3달만에 두 배의 수익을 올렸고, 금선물·원유선물 등에도 투자했다.투자에 자신감을 느낀 채 대표는 2008년 5월 HR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하지만 자문사를 설립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졌다. 7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는데 코스피 지수는 그 후로 1600선에서 900선까지 고꾸라졌다.
"그때가 참 힘들었죠. 지인들의 자금을 모아서 운용자산 100억원 정도로 시작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문 닫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채 대표는 코스피 지수가 900까지 떨어지자 승부수를 던졌다. 주가 낙폭이 과대하다고 판단하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은 끝에 갖고 있던 현금을 모조리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그 후 반등에 나섰고, HR투자자문도 한 달만에 원금을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기아차, 1만원대에 매수 "선입견 버려야"
HR투자자문이 증권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자문형 랩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부터이며, 운용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작년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다.
채 대표는 "1년 이상 운용한 펀드가 없어 작년 5월에야 처음으로 펀드평가사의 투자자문사 평가 리스트에 들어가게 됐다"며 "등장 초기부터 수익률 상위권에 오르면서 입소문이 나 수탁고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HR투자자문은 작년말 기준 1년 수익률이 35.52%로 전체 투자자문사 중 3위를 차지했다. 6개월 수익률도 26.65%에 달한다. 월별로도 2010년 한해 동안 7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플러스 수익을 기록해왔다.
채 대표는 "'스타'가 없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의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종목 선정은 철저하게 팀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한 사람의 스타 매니저에 의존해 운용할 경우 잘될 때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무너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팀 단위 운용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개인적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채 대표는 "매니저 개인보다는 팀 단위 운용에 중심을 두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간 것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문화가 유지되는 한 시장보다 우수한 수익률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개인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빠지면 옥석을 제대로 골라낼 수 없다는 게 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기아차를 들었다.
"제가 주식투자 경력이 20년이 넘는데, 저처럼 투자를 오래 해봤다 싶은 사람들에게 기아차는 항상 '뭔가 부족한 회사'라는 이미지밖에 없었습니다. 노조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재무제표도 부실한 회사, 외환위기 시절에는 법정관리까지 간 회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채 대표는 "선입견을 따르자면 기아차는 투자대상이 아니었지만, 운용본부에서 논의 끝에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나 성능, 디자인 등 핵심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HR투자자문은 1만2000원대에 기아차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아차는 6만원대 주가를 기록중이다.
채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업종을 적절히 분산함으로써 소수 종목이라도 시장으로부터 유리될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위험은 시장만큼 지면서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HR투자자문의 최근 1년간 베타(변동성)은 1.02로 코스피 지수의 베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 대비 두배에 달한다.그는 "업종별 비중을 시가총액 비중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가져간다"며 "대신 업종 내에서 가장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목표고, 통신이나 유틸리티처럼 아예 편입하지 않은 업종도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