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 채권 투자하면 북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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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권에 투자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지원하는 건가요?"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준비 중인 A증권 K팀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금융회사 인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수쿠크에도 다른 외화표시 채권처럼 비과세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고 전하자 나온 반응이었다. K팀장은 "수쿠크에서 얻는 수익이 테러단체 지원에 쓰일 수 있다는 국내 일부 개신교계의 반대여론에 빗대 웃자고 한 얘기지만,말 속에 뼈가 있는 것 같아 영 민망했다"고 말했다.
수쿠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일부 개신교인들은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 심지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대통령 하야운동 불사'까지 거론했다. 3~4년 전부터 수쿠크 발행을 준비해 온 증권사들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B증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수쿠크 발행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수쿠크 수익금이 테러에 쓰인다는 비합리적인 주장이 먹히지 않아 혼자 인터넷 블로그에서 떠드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쿠크로 얻는 수익금이 테러에 이용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쿠크 발행과 운용을 감독하는 '샤리아(이슬람법)위원회'가 수익금의 2.5%를 '자카트'란 명목으로 징수하지만,이는 이슬람권의 다른 경제행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테러에 훨씬 민감한 미국과 영국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수쿠크가 발행되는 이유다. 수쿠크 반대 논리를 적용한다면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최근 만난 C자산운용 사장은 수쿠크 논란을 두고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경제학을 공부한 금융인으로서 지금 상황은 정말 난센스"라고 촌평했다. 미국 달러화에 편중된 외화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테러자금화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의혹 하나로 날려 버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쿠크 발행 규모는 작년 390억달러에 달했고,올해는 400억달러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명확한 논리나 근거보다는 '광우병 쇠고기'류의 편견과 오해가 더 잘 먹히는 듯 싶어 입맛이 영 씁쓸하다.
박민제 증권부 기자 pmj53@hankyung.com
수쿠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일부 개신교인들은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 심지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대통령 하야운동 불사'까지 거론했다. 3~4년 전부터 수쿠크 발행을 준비해 온 증권사들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B증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수쿠크 발행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수쿠크 수익금이 테러에 쓰인다는 비합리적인 주장이 먹히지 않아 혼자 인터넷 블로그에서 떠드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쿠크로 얻는 수익금이 테러에 이용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쿠크 발행과 운용을 감독하는 '샤리아(이슬람법)위원회'가 수익금의 2.5%를 '자카트'란 명목으로 징수하지만,이는 이슬람권의 다른 경제행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테러에 훨씬 민감한 미국과 영국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수쿠크가 발행되는 이유다. 수쿠크 반대 논리를 적용한다면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최근 만난 C자산운용 사장은 수쿠크 논란을 두고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경제학을 공부한 금융인으로서 지금 상황은 정말 난센스"라고 촌평했다. 미국 달러화에 편중된 외화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테러자금화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의혹 하나로 날려 버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쿠크 발행 규모는 작년 390억달러에 달했고,올해는 400억달러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명확한 논리나 근거보다는 '광우병 쇠고기'류의 편견과 오해가 더 잘 먹히는 듯 싶어 입맛이 영 씁쓸하다.
박민제 증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