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성장보다 물가"] 高물가에 '성장' 제동…경기 둔화 땐 스태그플레이션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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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기준금리 인상
두바이유 1년 새 32% 뛰어…생산자물가 6.6% 폭등
5월께 기준금리 또 올릴 듯…연내 年3.5~3.75% 갈 수도
한국은행이 10일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예견된 일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데다 북아프리카 ·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5월께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이며,연말엔 연 3.5~3.75%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가 어떻기에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범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3±1%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4.1%에 이어 지난달 4.5%로 뛰었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5.2%,이마트가 집계한 78개 생필품 가격지수 상승률은 9.4%에 이르렀다. 구제역 여파에다 국제 유가가 폭등한 탓이다.
문제는 고삐 풀린 물가가 언제 가라앉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김중수 총재는 3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2월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실무진은 3~4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5%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100.24달러로 1년 전 73.60달러에 비해 32.6% 뛰었다. 그 영향으로 수입물가는 1월 14.1% 치솟았으며 생산자물가는 2월 6.6% 급등했다. ◆추가 인상 언제,어떻게
김 총재는 "의연한 자세로 꾸준히 임무를 수행해 나가겠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이은 금리 인상이나 한번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 3%의 기준금리도 여전히 경기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한은의 징검다리 방식 조정을 감안해 5월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말까지 두 차례 정도 추가 인상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금리가 높아지면 돈을 빌려 쓰는 쪽의 부담이 늘어난다. 중소기업은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동시에 정책금리인 총액한도대출 금리마저 높아져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연 1.25%에서 연 1.5%로 높였다. 가계는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연간 2조원의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800조원에 육박했다.
중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 3%의 기준금리는 성장률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에 국정 총력',김 총재의 '물가 관리에 모든 수단 동원'이란 표현을 두고 정부가 환율정책(원 · 달러 환율 하락 유도)까지 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수출 둔화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가는 뛰고 성장률은 낮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철수 대우증권 차장은 "정책금리 인상에도 채권금리가 이날 폭락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에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