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산분리' 전면 재검토하자

우리·외환銀 주인찾기 겉돌아
산업자본 참여 방안 모색할때
금융위원회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주가조작과 관련, 론스타 대주주 자격심사가 우선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인도가 걸린 '국가적 문제'라며 제3자 배정으로 신주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털어놓았다. 은행 경영과 연관된 전략적 투자자를 영입해 인수자금과 업무협력을 함께 도모하려던 당초 계획이 파트너를 찾지 못해 재무적 투자자 영입으로 대체됐는데,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들과의 계약이 문제될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의 주인 찾기가 끝없이 표류하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금산분리 정책으로 인수 주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계열 종합금융사 돈을 사금고처럼 끌어 쓴 일부 기업의 동반부도 사태가 발생했고,이를 빌미로 은행권까지 금산분리가 확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은 의결권주를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법제화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유한도를 9%로 늘렸지만 실효성 없는 수준이다. 금융자본 형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산업자본의 접근을 차단시키자 은행주는 외국인 차지가 됐다. 경영권을 행사할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은행장과 사외이사들이 서로 돌아가며 자리를 챙겨주는 묘한 지배구조가 형성됐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동문 은행 회장'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지주사마다 주주의 영향력은 쪼그라들고 회장의 아우라만 보이는 묘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사태에서는 인내심의 한계까지 거론하던 금융당국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는 놀라운 관용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에 있어 적절한 할인율을 적용해 상법 기본원칙대로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정공법을 쓰게 해야 했고,동정론이 쏠릴 만한 외환은행 구성원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매몰차게 다그쳐야 했다.

가계부채 폭증과 신용카드 대란 재발 우려가 확산되는 민감한 시점에서 KB금융의 카드사 분사에 대한 신속한 승인도 의아스럽다. 카드대란으로 LG그룹은 LG카드를 포기하면서 알토란 같은 LG증권까지 넘기는 치명적 손실을 입었으나 은행계열인 외환카드와 국민카드는 합병을 통해 손해 없이 비켜갔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위태롭게 만든 주가조작도 외환카드 합병과 관련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국민카드와의 합병에서 결손금을 아끼려다 분식회계 혐의를 쓰고 2005년에 행장과 부행장 동반 퇴진과 감사담당 회계법인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 분사 승인으로 카드대란 이전으로 원상회복됐다. 펀드 조성을 통해 민영화에 참여하겠다며 제안서를 제출했던 우리금융이 인수의사를 번복하고 철수한 사안에 대한 금융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관용도 놀랍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은 탈 없이 성사됐다. 산업자본을 따돌린 은행의 대기업과의 자금거래는 점차 줄고 있다. 삼성 및 현대차그룹은 계열금융사를 활용하고 LG그룹은 외국기업과의 합작 및 외자도입을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업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마다 손쉬운 주택담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업에 집중해 가계부채 1000조원이라는 새로운 화근을 키웠다.

대출처 확보 경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 사금고화'는 비현실적 과장이다.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등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건전한 대주주 형성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은행은 공익성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영리목적의 주식회사인데 주주권이 무력화되면 비집고 들어와 잇속을 챙기는 세력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대통령 동문 은행회장' 논란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또 다른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주주권 무력화를 유발한 금산분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