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産 부품 끊겨…중저가 시계 생산 '스톱'

전량 수입 무브먼트 공급 중단…가격 25% 오르고 물량도 없어
스위스産 몰려…고가품값 '들썩'
"1만원짜리 시계,당분간 못 볼지도 모릅니다. " 무브먼트(시계를 작동하도록 만드는 핵심 부품) 수입업체인 A사 관계자는 국내 시계업계 사정을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고 표현했다.

스위스와 함께 양대 시계부품 수출국이자 중저가용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이 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산 무브먼트 품귀 현상으로 스위스산(産) 무브먼트를 쓰는 명품 시계들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최저가 무브먼트는 개당 1500원대에 거래되며 지난 11일 일본 지진 이후 25%가량 올랐다. 무브먼트 수입 에이전트인 파인정밀 관계자는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한다"며 "이달 초만 해도 1200원이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브먼트는 주로 홍콩에 몰려 있는 수입 에이전트를 통해 들여오는데 이들이 일본 지진 직후 사재기를 하면서 공급을 틀어쥐고 있다"며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계업체들은 무브먼트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손목시계용 무브먼트는 지난해 스위스로부터 220만8000달러,일본에선 132만7000달러어치가량을 들여왔다. 시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금액으로 따지면 일본산이 스위스의 절반 정도지만 주로 중저가 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수로 보면 스위스산에 비해 수십배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계 제조업체들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1만원 안팎의 특판용 시계 제작업체인 B사 관계자는 "일본 소니의 배터리까지 공급이 끊겼다"며 "시계도 자동차와 똑같이 부품 하나만 없어도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납품하기로 돼 있는 6만개의 시계를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부품 품귀 현상이 시계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인정밀 관계자는 "일본 무브먼트 제조업체들이 아예 주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계약한 물량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제조업체들이 가격 상승분을 떠안아야 하겠지만 새로 계약하는 것에 대해선 부품 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용 시계뿐만 아니라 백화점 판매용 명품 시계들의 가격도 높아질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