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형 헤지펀드' 인프라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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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환경ㆍ인력수준 아직 미흡…운용능력 제고 위한 훈련 시급해금융당국이 최근 헤지펀드의 운용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키로 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기존의 글로벌 헤지펀드들과 다른 형태의 헤지펀드를 허용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한다고 하니 좀 어색한 느낌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라 함은 한국의 법에 따라 한국에서 설립된 헤지펀드가 탄생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히 우리가 단순히 외국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던 때와 달리 '한국 내'에 헤지펀드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여러 인프라와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한 나라에서 헤지펀드가 존재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헤지펀드 운용사와 국내외 투자자뿐만 아니라 적절한 규제환경,감독당국의 헤지펀드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유능한 프라임 브로커,기존의 펀드와 다른 회계 제도,신규 헤지펀드에 대한 시드머니 제공 기능,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한 인력 확보 등이 갖춰져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관심은 이런 인프라보다는 단순히 운용성과에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이 있어야만 헤지펀드 방식의 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가 허용됐는데 주식대차와 레버리지에 대한 인프라가 없다면 기존의 일반 주식형 펀드나 랩어카운트에 비해 차별성 있는 운용이 나올 수 없을 것이고 운용의 안정성도 담보될 수 없다.
헤지펀드 인프라의 구축은 정부 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영역을 정해주면 각 담당주체들이 수익성 논리에 따라 점차 갖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 헤지펀드 판매나 운용 이외에 이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생각된다. 운용 인프라 측면에서도 헤지펀드 방식의 운용을 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기존의 일반펀드나 랩어카운트는 모두 매수전략(long-only)이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기본인 매수 · 매도(long-short) 전략에 익숙하지 못하다. 또한 운용자산도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다. 시장에 새로운 '운용 탤런트(스타 펀드매니저)'가 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탤런트라도 헤지펀드 전략에 익숙하도록 훈련해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에서도 헤지펀드 시장 개방이나 투자가 늦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한다고 해도 국내회사는 시작부터 이미 많은 노하우를 쌓은 국외경쟁자와 과거 일반 해외주식형 개방과는 다른 수준의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각각 담당 주체별로 이 같은 운용 및 인프라를 어떻게 갖춰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국형 헤지펀드가 생긴 후에 투자자만 한국인이고 인프라부터 운용까지 외국사에 의존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생긴다는 것은 기존의 일반펀드 입장에서는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기관투자가와 적격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헤지펀드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펀드 운용에서도 이에 대한 경쟁력 유지 방안을 마련해 양자간에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보완책도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한다고 해서 해외 헤지펀드에의 투자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전략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글로벌 헤지펀드에 같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노하우가 한국에 전달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준비과정을 거쳐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장해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떼고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정찬형 <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