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對中 외교' 외화내빈 경계해야

중국, 남북한과 등거리 전략 감안
최대교역국 걸맞은 관계 유도하길
북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7일 개최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 회의에서 김정은이 후계자 위상을 확고히 한 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북한 대표단의 미국과 유럽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북 · 중 경제관계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북 · 중 교역량이 급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증가 추세다. 지난 2월에는 199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대(對)중국 무역이 흑자를 기록했다. 류홍차이 주(駐)북한 중국 대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구를 방문한 뒤,훈춘~북한 원정리~나선특별시~청진으로 이어지는 북 · 중 협력벨트 지역을 시찰하고 협력을 다짐했다. 앞서 24일에는 북한 노동당 국제부 관계자 10여명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로 부상한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인 이철도 29일 중국에 갔다. 중국과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는 최근 북한 나선지역이 국제무역 · 금융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며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올 1월 훈춘에서 생산된 석탄을 나진항을 거쳐 중국 남부지역으로 운송했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핵실험과 고농축 우라늄 개발로 핵보유국 위상을 확보하고,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한 다음 중국의 지원 아래 2020년까지 10개년 개발계획을 추진해 체제안정과 경제회복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 관해선 중국에 대한 전략적 자극제나 내부통제를 위한 긴장조성,그리고 가끔 인도적 지원 창구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북한경제의 버팀목은 중국,장터마당,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다. 최근 라선지역 등의 특정지역에 대한 중국기업 투자와 인프라 관련 협력이 북한과 중국 지방정부 사이에 활발하다. 그러나 북한에서 아직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시장화'는 요원하다. 공급을 책임질 농업 및 기업개혁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내외적 의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상호 견제와 경쟁에 따른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G2로 부상한 이후 상황은 복잡해졌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각종 경제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확산(수출) 방지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으로 인해 북한까지 신경 쓰기 어려운 점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한편 남북한을 자국 이익 신장을 위해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면서 '평화와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은연중에 대국으로서 힘을 내비치는 표현이다.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3대 세습과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과 동등하게 대하는 중국을 보면,과연 우리의 '전략적 협력동반자'인지 의문시된다. 중국이 강조하는 '평화와 안정'을 뒤집어보면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현상유지 전략에 다름 아니다.

지난달 29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 정부 인사의 상호 방문이 줄을 이을 모양이다. 그러나 핵문제 해법과 북한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 한 · 중 간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기 어려운 형국이다.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등거리 외교'를 볼 때,중국과의 고위급 인사 교류를 서두르는 게 혹여 중국의 '두 개의 한국' 정책과 북한 두둔을 눈감아 주는 외화내빈의 결과가 돼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 · 중 교역량이 2000억달러에 가까울 정도로 양국 관계는 경제적으로 긴밀해졌다. 이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한 · 중 간 진정한 협력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이 중국을 적극 유도해야 할 때다.

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중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