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국책사업] (3) "과학벨트 정치적 나눠먹기 안돼…경제논리로 결론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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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 꼬인 매듭 이렇게 풀자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결정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가 7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 추진지원단 추정 예산 규모가 약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인 만큼 지역 간 유치 경쟁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또 하나의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 정치적 나눠먹기식은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초과학硏·중이온가속기, 모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
◆"선택과 집중 필요"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과학벨트의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비즈니스 기반 △과학과 문화가 융합된 국제적 도시환경 등이 지역적으로 분리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준식 KAIST 명예교수는 6일 "과학벨트 분산 정책은 지역이기주의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과학 육성이라는 목적은 뒤로 밀리고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정치적인 접근을 해선 안 된다"며 "다른 학문과의 융 · 복합 연구가 쉽고 인적 교류도 원활히 할 수 있는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물리학과 교수는 "원래 과학벨트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도 거점지구에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가 함께 들어가는 것을 가정하고 처리된 것으로 안다"며 "중이온가속기 같은 핵심 시설이 없는 기초과학연구원은 그냥 일반 대학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는 또 과학벨트 기본 구상에 이미 '지역 분산' 개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이 50여개 연구단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에 두고 나머지는 모두 전국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분산 설치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진의 서울대 교수는 "조그만 국토에서 국내외 접근 용이성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고,연구 산업 기반의 집적 정도는 그리 큰 조건은 못 된다"며 "우수한 학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주환경 조성,부지 확보의 용이성,지반 및 재해 안정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합의 필요"각계에선 국민 여론 수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해 국민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를 구할 수 있는 과정이 없는 것이 정치적,지역적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직업인으로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갈등이 벌어진 뒤에 수습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해결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정책 결정의 초기 단계에 최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혁재 풀뿌리지역연구소장은 "예전에는 속으로는 지역감정이 있어도 겉으로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대놓고 지역감정을 얘기한다"며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유승호/이해성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