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유가 불안하지만 경기전망 밝아…국제여객, 3월 비수기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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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업황 전망
유가 급등이 항공사 실적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기 연료로 쓰이는 제트유 가격은 전년 대비 46%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심리에 일본 대지진이 겹치면서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연평균 10달러대를 유지하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제트유 간 차이(spread)가 올 들어 45달러까지 벌어지는 등 이상국면을 보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런데 최근 제트유가와 항공사 주가 간의 디커플링(탈 동조화)은 2008년 유가 상승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실적 하락을 우려해 항공주 주가가 큰 조정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항공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가 움직임은 2008년의 '데자뷰'
2008년의 데자뷰 현상을 보고 있지만 과거의 학습효과에 저항할 수 있는 근거는 탄탄한 항공수요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과 달리 2008년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해였다. 당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사치재 성격을 띤 여행상품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으로 감소했고,항공사들은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항공사들의 노선별 매출 구성을 보면 대한항공은 미국과 유럽이 매출의 46%를,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유럽 중국이 42%를 각각 차지하는 등 선진국과 신흥경제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다행히 올해는 유가 불안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망은 밝다. 이로 인해 올해 국내 항공사들의 연간 국제여객 탑승률은 75~8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월 데이터에서 볼 때 국제여객은 비수기임에도 선방했다. 항공화물 처리물량도 지난해보다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항공사의 유류비용은 원 · 달러 환율보다 유가와 더 밀접했다. 대한항공의 분기별 제트유 구매단가와 유류비용이 같이 움직이는 정도는 원 · 달러 환율과 유류비용의 동행성보다 더 뚜렷했다. 국내 항공사의 유류비용이 달러로 결제된다는 점에서 원 · 달러 환율 동향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은 실제 구매단가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2008년의 경험은 유가상승에 의한 항공사 실적악화라는 데자뷰를 시사하고 있지만 사실 당시의 환율상황은 고유가 못지않게 항공시장에 비우호적이었다. 따라서 국내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항공사들은 유가상승에 대한 부담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항공산업과 관련성 높아 부담일본 대지진이 글로벌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적 이슈로 한정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항공산업 매출 625억달러를 달성한 일본은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예약 운항 편수의 6.5%와 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요성은 국내 항공시장과의 관계에서 더 부각된다. 지난달 2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일본에 대한 시장 노출도가 높은 국제 항공시장 순위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올랐다. 더구나 연간 승객 수 기준만으로 보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보다 더 높다. 일본발 및 일본행 항공사별 주간 운항 횟수와 주간 좌석 수,시장점유율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2000원을 제시한다.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으로 12개월 후 예상 주당순자산(BPS)은 8478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여력은 23%정도로 볼 수 있다. 1분기 매출은 1조33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3%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영업이익은 38.5% 감소한 709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은 일단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되지만,일본 노선이 전체 노선 매출비중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2분기 이후의 실적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 · 합병(M&A) 추진과정에 있는 대한통운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매각한다면 연간 이자비용의 25% 정도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최근 항공업황이 부진하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경쟁회사들에 비해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HMC투자증권 김정은 선임연구원 adel.kim@hmc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