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무덤' 대구서 5000만원 낮춰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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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포스코·한라건설 등 6월까지 5400가구 분양"대구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이 대형 평형을 중소형으로 바꾸고 분양가도 주변시세 수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청약 경쟁률은 높지 않겠지만 계약률은 꾸준히 올라갈 거로 봅니다. " (현동호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장)
분양가 5년전 수준 내려
전국에서 가장 침체된 분양시장으로 꼽히는 대구에서도 봄 분양이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인기 주거지역인 수성구와 공단 주변인 달서구 등에서 주변시세 수준에 공급되는 중소형 평형이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형 물량, 중소형으로 전환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대우건설이 평리동에서 937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4~6월 대구에서 5393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구 분양물량의 특징은 평형과 분양가 하향 조정이다. 올 봄 공급되는 물량은 기존에 분양을 추진하다 시장 여건이 악화돼 중단했던 곳들이 많다. 땅을 새로 사들여 공급하는 신규 사업장은 없다. 건설사들은 평형을 줄이고,5년 전 분양가를 적용해 아파트를 내놓아 흥행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정건설이 감삼동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건축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삼정건설과 도시와풍경이 부도난 태왕의 사업장을 인수해 재분양에 나선다. 전용 85㎡ 이상으로 구성된 평형을 85㎡ 이하 위주로 조정했다. 2억9000만원대이던 전용 85㎡ 분양가도 2억4000만원대로 5000만원 정도 낮췄다. 극동건설이 남산동에서 공급하는 900가구도 1차 분양에 실패했던 물량으로 평형을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꿔 재도전한다.
부동산개발 시행사인 도시와풍경의 최동욱 사장은 "미분양 물량이 1만2000가구에 육박하는 대구에선 가수요를 전혀 기대할 수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실수요가 살아 있는 중소형을 주변시세 수준에 내놔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전문가들은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분양 할인판매가 일상화돼 있어 나중에 분양가를 깎아줄 때 사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다.
대구지역 부동산 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 세창의 김재권 변호사는 "대구엔 사업 승인을 완료하고 분양을 기다리는 물량이 4만309가구에 달한다"며 "공급 물량이 넉넉해 실수요자들이 골라서 사겠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하반기 분양된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와 유천동 AK그랑폴리스의 경우도 순위내 청약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계약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된 물량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계약률이 꾸준히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시아폴리스와 AK그랑폴리스 분양을 대행한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초기 지정계약 기간 동안 계약률은 20%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90%대까지 높아졌다"며 "실수요자들이 주변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음을 거듭 확인하고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분양 성적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성서공단 대기 수요층이 비교적 두터운 달서구 등에서 분양되는 물량과 인기 주거지역인 수성구에서 분양되는 물량이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광고 등 분양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