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ETF 버블붕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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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委, 곡물 등 투자 경고원자재 ETF가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 원자재 등 상품가격 상승으로 ETF에 투자가 몰리면서 ETF가 터지기를 기다리는 새로운 버블이 되고 있다는 것.
ETF규모 1조2000억弗…5년만에 2배 성장 '과열'
주요 20개국(G20)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18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ETF 투자 열풍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FSB 의장은 "ETF가 투명하지 못한 파생 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버블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게 됐다"며 "세계 규제 기관들의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TF 시장 최근 5년간 2배 성장
세계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조2000억달러로 최근 5년간 2배로 커졌다. 금 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ETF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8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 ETF인 'SDPR 골드 트러스트' 주가(이하 4월15일 종가 기준)는 145.05달러로 1년 새 27.6% 올랐다. 이 ETF의 금 보유량은 1231.159t으로 지난해 세계 금 생산량 2689t의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대 은 ETF인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 주가도 41.84달러로 1년 전보다 131.5% 폭등했다. 지난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6월물 가격은 온스당 148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은 5월물은 온스당 42.57달러로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ETF,서브프라임 모기지 닮아간다"
ETF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 기초자산에 단순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ETF는 스와프,장외파생거래를 활용한 복잡한 투자기법을 동원하면서 투기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ETF 시장의 경우 불투명한 파생기법을 활용하는 ETF가 전체 ETF의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FSB는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ETF로 인해 파생상품 시장 투자 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실물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농산물에 투자하는 ETF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산물은 가격변동성이 큰 데다,ETF가 현물가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특정 지수를 추종하거나 종목을 묶어 펀드로 만든 상품이다. 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펀드와 유사하지만 증권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한 게 다른 점이다. 국내엔 2002년 도입됐으며 최근엔 상품지수와 연계한 상품이 크게 늘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