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선박업계 편의치적 관행에 철퇴

[한경속보]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등록한 선박에 대해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주인인 국내 회사를 상대로 취득세를 부과하는 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이는 통상 조세 회피에 유리한 외국에 세운 회사가 선박을 매입하는 형식을 빌어 국내 원소유자 이름으로 등록하지 않는 ‘편의치적’(便宜置籍)으로 불리는 기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선박이 등록된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소유회사 측에 선박 취득에 따른 세금을 부과한 행위는 정당하다는 취지로 대한해운이 인천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25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한해운은 1994~2004년 사이 파나마 등에 세운 ‘레비뉴 트렌드’ 등 7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이 외국법인들과 약정된 용선료를 완납하면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나용선계약(선박만 빌리는 계약) 및 정기용선계약을 맺고 선박 12척을 사용했다.이에 대해 인천 중구청은 “페이퍼컴퍼니의 실질적 소유자인 대한해운은 약 39억원의 취득세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그러자 대한해운 측은 “편의치적은 전세계적으로 해운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년간 이용되어 온 제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한해운이 해당 선박을 장기간 해운사업에 사용해온 점 및 해외법인 레비뉴 트렌드는 자본금이 1달러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면서 “대한해운이 레비뉴 트렌드 등에 용선료를 지급하긴 했지만 이런 업무를 대한해운이 관장한 점 등을 볼때 계약 당사자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대한해운”이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레비뉴 트렌드 등이 명의상 당사자라는 이유로 과세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 원심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실질과세의 원칙은 명의자 외 제3자가 물건 등을 실질적으로 취득했을 경우 제3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이다.

1심은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대한해운 패소 판결했으나,2심은 편의치적이 사업상 관행이라는 점 등을 인정해 대한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