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와 장소 가려 만나라…사고 잦으면 간부도 책임 묻겠다"

권혁세 금감원장, 간부 정신교육
"우리는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

직원의 부정부패와 저축은행 특혜 인출 수수방관,대형 금융회사들의 전산사고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권혁세 원장(사진)이 27일 금감원의 팀장급 이상 전 직원을 상대로 '정신교육'에 나섰다. 권 원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까지 직원들을 금감원 대강당으로 모이도록 지시한 뒤 40여분간 연설을 했다. 그는 강연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정신교육부터 확실히 다시 시키겠다. 좀 심한 말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국민들의 여론 악화가 매우 심각하다"며 "임직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남 탓하지 말고 철저히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예금 인출사태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했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에 치중하다 보니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업계와 유착할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원들의 재량 행위를 최소화하고 모든 업무를 매뉴얼에 의해 시스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 등 이해관계자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장소 등에서 만나는 것은 엄격히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또 사고가 잦은 부서는 당사자 · 감독자는 물론 차상급자(임원) 관리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권 원장은 "국민들은 우리한테 통상적인 공공부문 종사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외부(금융회사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기강을 세우며,내부에 대해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다짐했다. "우리 스스로 옷깃을 여미고 변화된 모습으로 뼈를 깎는 자세로 나서야 금융회사에 동일한 자세로 변화를 요구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이어 "여러분이 저를 도와주면 제가 짐을 지고 개혁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금감원을 몇 년 후엔 존경받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며 "위축되지 말고 할 일을 하자"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