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프레임에 갇힌 부동산 정책

정부가 엊그제 5 · 1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늘려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은행권의 건설사 PF대출을 정리해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초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요소까지 적잖이 포함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집값 안정을 강조해왔던 부동산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혀진다.

당장 서울과 과천,그리고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에 대해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조항을 폐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줄어드는 세금만큼 가격을 낮춰 거래를 늘리자는 구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1주택자가 지금까지 살던 집을 차익을 남겨 팔고 다른 집을 구입하는 '갈아타기'만 늘어나거나 전세를 끼고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사두려는 가수요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조치가 아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이후로 다시 연장되는 조치가 뒤따를 경우 투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제한(평균 18층)을 없앤 것도 집값을 부추길 수 있는 변수다. 강남지역 일부 단지는 용적률이 10%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이미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라면 집값 상승을 선도해왔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고개를 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집값 불안 요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대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재 · 보궐선거에서 소위 분당 우파가 등을 돌린 것을 두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불만이 선거결과로 이어졌다고 보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의 볼멘소리와 압박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곧 투표라고 본다면 이는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법이며 동시에 한가한 인식이다. 자산 버블을 부추기는 케케묵은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집값이 장기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바탕위에서 경제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옳은 길이다. 또 거품을 만들어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