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수익률' 외국인 눌렀다

日 대지진 후 18% 넘어…"주도주 교체 타이밍 절묘"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수익률이 외국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관이 3월11일 이후 지난 4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18.85%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상승률은 평균 8.34%에 그쳤다. 기관이 외국인보다 2배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 기간에 기관이 팔아치운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6.23%로 코스피지수 상승률(10.04%)을 밑돌았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26.48%에 달했다. 외국인으로선 순매도한 종목이 많이 오르고 순매수한 종목은 적게 오른 셈이다. 이 기간에 기관은 4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5조75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본 대지진 충격이 완화된 3월17일 이후 4월11일까지 18일 연속 순매수로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연 외국인이 기관에 뒤진 것은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 투자에 대한 판단미스가 결정적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아치운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우조선해양 OCI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후 랠리를 이끈 주도 업종에 대한 수급의 키는 국내 기관이 쥐고 있었다"며 "외국인은 5조75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도주의 교체 타이밍을 잘못 읽어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외국인이 사들인 전기전자 은행 철강업종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동시에 조선 자동차업종을 매수하며 수익률을 챙기고 지수 상승도 이끌었다. 기관이 이 기간에 5980억원어치 사들인 현대차의 상승률은 27.32%에 달했다. 기관이 순매수한 현대모비스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LG 등도 3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관이 수익률에서 외국인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문형 랩'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일임투자 형태로 운용하는 상품으로 10개 종목에 압축적으로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랩 자금은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지난달 11일 이후 기관에 가세해 주도주를 집중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