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 날…참스승 2人] "학교교육, 학부모 목소리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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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대상 관기초교 허정 교장"농촌의 소규모 학교도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려고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여수 관기초등학교 허정 교장(61 · 사진).그는 폐교위기에 몰린 '시골 학교'를 '지역 명문'으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는 마을에서조차 외면받았으나 지금은 전학오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 지난해 이 학교 입학생 18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에서 왔다. 학생 수가 120명으로 불어났으나 교실이 없어 못 받는 대기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올초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전국 100대 학교로 선정됐다. 그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든 제7회 한국교육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폐교위기 딛고 전국유명학교로…전학 대기자만 100여명 줄서
"아이들이 자연과 공감하며 마음껏 뛰놀게 했을 뿐입니다. " 그의 이 같은 자연주의 교육방침은 '자연'밖에 없는 농어촌 학교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요인이 됐다. 2006년 초 그가 초임 교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학생은 37명.4학급만 운영되던 학교가 통폐합 대상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퇴출선고를 받은데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창고에서 폐기된 교재 등을 들어내며 학교를 정리하던 그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골똘히 궁리했다. 우선 학부모들을 학교로 끌어들였다. "반드시 서울 강남보다 나은 명품학교로 만들겠다"는 말에 동참한 학부모들은 독서지도,방과후학교,주말특기활동,계절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맡고 있다. 학교의 독특한 체험활동과 체육활동도 농촌 학교의 특성을 잘 살린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래달리기 경주와 함께 주3회 학교인근 안심산 등반이 실시된다. 부모와 함께하는 모심기,보리심기,메주 띄워 간장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은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함양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전국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 등 몇몇 과목에서 응시생 전원이 전국 평균 이상의 성적도 거뒀다. 그는 "지난해 졸업생 중 일부가 여수 시내로 진학해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며 "우리 학교 기악합주부는 이화여대와 삼성홀 초청연주에 나설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자랑했다.
"전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것은 학년당 학생을 20명 선으로 한정해 교사의 관심과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는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학교 교육도 고객인 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만큼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