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주는 평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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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출간한 스티븐스"사람들이 책을 받고는 '가십걸'을 쓴 작가가 이런 따뜻한 책을 썼느냐며 놀라더군요. "
최근 번역된 가족 판타지 소설 《에메랄드 아틀라스》(비룡소 펴냄)의 작가 존 스티븐스(사진)는 미국 TV 비즈니스 업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드 '길모어 걸스'와 'The O.C'의 대본을 썼고 뉴욕 상류층 10대 아이들의 일탈과 사랑을 다룬'가십걸'의 작가 겸 프로듀서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했다.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세 남매의 끈끈한 가족애와 모험담을 그린 그의 첫 소설.지난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35개국에 팔렸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뉴욕타임스 청소년 소설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지 약 열흘 만에 2만부가량 팔리면서 조앤 K 롤링이 쓴 《해리포터》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영감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책을 쓰는 게 오랜 꿈이었다"며 "어른들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제 소임을 다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시원의 책(The Books of Beginning)'이라는 마법의 책을 다룬 3부작 중 첫 권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도록 한 마법의 지도책을 손에 넣은 삼남매는 마녀 백작 부인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부모와 재회를 꿈꾼다. 이들은 10년 전 비밀을 간직한 채 부모와 강제로 헤어져 고아원을 전전하지만 뜨거운 형제애를 보여준다. 방송 업계의 경력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편견을 줄까 염려했던 건 사실이에요. 어떤 이들은 제가 영화사에 판권을 팔기 위해 책을 썼다고 단정하기도 하죠.하지만 할리우드에서 TV작가로 일한 게 훌륭한 연습 무대가 됐습니다. TV시리즈는 1년에 22~25편의 에피소드를 담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었죠.소설의 각 장을 구성하는 것처럼 장면마다 시작과 중간과 끝을 분명히 매듭짓는 법,극적인 가속도를 주는 노하우 등도 얻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에 맞춰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얻었죠."
그는 최근 아동문학 시장에 대해 "로맨스 소설 열풍이 잦아들었고 디스토피아(반 이상향)를 다룬 소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트렌드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TV나 영화는 근본적으로 수동적이죠.영화 '해리포터'를 본 아이들은 그가 어떻게 생겼을까 그려보지 않고 그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떠올리잖아요. '읽기'는 아이들을 상상으로 이끄는 평생의 선물입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