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한구 의원의 법인세 감세론이 맞다

한나라당 중진인 이한구 의원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는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새 지도부가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법인세 · 소득세 감세를 포기하고 그돈으로 복지예산을 늘리자는 정책노선의 변화를 정면 거부한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그제는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가야 한다는 정부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기는 한 것 같다.

한나라당은 법인세율을 22%에서 20%로 내리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이한구 의원의 고언을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 우선 감세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기 위해 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세액이 시장에 투입되는 것이 정부가 세금을 늘려 재정에 쓰는 것보다 경제효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투자확대는 물론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고용창출 등을 통해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세수확대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선도적으로 감세하자는 것도 아니다. 독일은 1985년 56%였던 법인세율을 지난해 15%까지 내렸고 영국도 현재 28%인 세금을 2014년까지 24%로 낮출 예정이다. 특히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가들을 주목해봐야 한다. 예컨대 대만은 지난해만 두 차례 인하를 통해 법인세를 25%에서 17%로 끌어내렸다. 미국과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당의 새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이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몰아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세는 이미 2009년 1단계 세율인하 이후 치열한 논란을 거쳐 시행하기로 결정했던 일이다. 그런데도 선거에 질 때마다 표를 얻겠다며 습관적으로 감세철회 카드를 흔들어대니 정체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진보성 논란에 앞서 어째서 국민들이 민주당이 아니라 자신을 찍어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