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佛재무 밀고…신흥국은 후보 난립…캐스팅보트 美는 침묵

스트로스칸 사임…IMF 총재 누가 될까
"유럽서 계속 맡아야" VS "66년 독식 끝내야" 팽팽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18일 자진 사퇴하면서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둘러싼 후보들의 각축전이 치열해졌다. 유럽의 총재직 독식 체제를 깨고 신흥국가로 총재 자리가 넘어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유럽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이유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MF의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은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유럽,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밀어

유럽에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선두주자다. 싱크로나이즈 수영선수 출신으로 베이커 앤드 매킨지 변호사 생활 등을 하면서 25년간 미국에서 살아 영어가 능통하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유럽중앙은행(ECB)과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도록 깊숙이 개입해 성사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로 친분이 두텁다. 단점이라면 그가 프랑스인이어서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정도다. IMF 역대 총재 10명 가운데 4명(총 26년)이 프랑스인이었다. 이를 비켜 가기 위해 유럽은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재로 그를 추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악셀 베버 전 독일 중앙은행 총재,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최고경영자,페어 슈타인브뤼크 전 독일 재무장관,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역시 후보에 올랐지만 라가르드보다는 유럽 내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후보 난립한 신흥국,단일화해야 유리신흥국은 자천 타천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공일 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장(현 무역협회장),케말 데르비스 전 터키 경제장관,트레보 마누엘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몬테크 싱 알루왈리아 인도총리 경제자문관,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출신인 주민 IMF 총재 특별고문 등이 꼽힌다.

이 중 데르비스 전 장관이 가장 빈번하게 거론된다. 그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데다 터키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유럽이나 신흥국이 호감을 가질 수 있다. 다만 터키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터키 정부가 그를 적극 밀어줄지 불투명하다.

알루왈리아 자문관도 세계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나이가 67세로 많다. 사공 전 위원장은 미국에 지인들이 많고 국제 경험이 풍부하나 유엔 사무총장 자리도 한국이 보유하고 있어 결점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의 하마평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모리스 골드스타인 연구원은 "신흥국들이 단일 후보를 내세우지 않으면 차기 총재도 유럽인 차지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얽히고 설킨 세계경제 역학관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들은 글로벌 경제 비중이 커진 것을 감안해 총재직을 맡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신흥국들은 유럽 출신인 스트로스칸 총재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에 IMF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지원 액수와 조건 면에서 특혜를 준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19일 "IMF의 새 리더십은 커지고 있는 신흥국들의 영향력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불만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IMF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동안 경제력에 따라 IMF 총재직은 유럽이,세계은행 총재직은 미국이 양분해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일본이 맡아왔다. IMF 총재직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능력에 따라 선임하려면 세계은행과 ADB 총재직도 함께 개방해야 한다고 유럽은 주장한다. 미국 출신의 존 립스키 총재 대행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막판까지 유럽과 신흥국 후보가 맞붙어 표 대결까지 갈 경우 미국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IMF 총재는 24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뽑지만 1개국에 1표의 의결권이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이 36%,미국이 17%,아시아 국가들이 21%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