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시초가는 '長打' 날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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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외국인 매물 쏟아져 장중 공모가 밑돌기도코스닥의 '차기 간판주'로 기대를 모았던 골프존이 상장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시초가 산정방식 개선해야"
골프존은 20일 시초가 9만4400원에서 8900원(9.43%) 떨어진 8만5500원으로 마감됐다. 장중 공모가(8만5000원)보다 낮은 8만4000원까지 하락했다 간신히 공모가를 넘기는 수모를 겪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18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공모가와의 차익을 챙겼다. 개인이 이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규 상장주의 상장 첫날엔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초가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 기관 첫날 차익실현
외국인과 기관은 골프존의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책정되자 장 초반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143억원,기관은 4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도 8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골프존 공모주 200만주 중 145만주는 외국인과 기관에 배정됐다. 이 중 상당수를 첫날 털어내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상장된 한국종합기술도 첫날 하한가로 추락했다. 같은 달 27일 선보인 이퓨쳐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월9일 상장된 나노신소재도 역시 첫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세 종목 모두 외국인과 기관이 공모물량을 처분했으며 개인이 대부분 받아갔다. 그러다 보니 올 신규 상장주 중 절반가량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개인만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초가 '뻥튀기'의혹
골프존은 이날 오전 8~9시 장개장 전 동시호가 접수를 통해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11% 높은 9만4400원에 결정됐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인 7만6500원과 200%인 17만원 사이의 매수 · 매도 주문량을 통해 정해진다. 개장 전 1시간 동안 주문을 받은 후 최고가 매수자가 최저가부터 쌓인 매도주문량을 차례로 거둬들이다 보면 매수 · 매도 잔량이 일치하는 가격대에서 시초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초가가 부풀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동시호가를 통해 8000여명이 주문을 냈고,12만8000여주가 거래됐다. 한국거래소 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시초가 산정 방식이 가격을 부풀리는 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최초 시초가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10위 진입
산뜻한 출발엔 실패했지만 골프존은 단숨에 GS홈쇼핑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0위(1조501억원)로 진입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11년 만이며 역대 다섯 번째다. 주식 60.65%(745만548주)를 보유한 김영찬,김원일 부자는 6370억원이 넘는 주식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자인 김영찬 대표는 197만6838주,아들이자 최대주주인 김원일 대표는 547만3710주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손성태/안상미 기자 mrhand@hankyung.com